신입생 전형방법을 놓고 울산시교육청과 갈등을 빚었던 울산 홍명고(울주군 청량면)가 학교장 전형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신입생 급감 우려와 학부모들의 반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과 학교 간 다툼에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홍명고의 내년도 입학전형 방식이 학교장 전형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 제도는 학생 수용계획에 따라 시교육청이 학생을 배정하는 평준화 전형과 달리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만 받는 일종의 비평준화 선발방식이다.

홍명고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내년도 신입생 모집방식을 학교장전형으로 정했다가 6개월 만인 지난달 이를 철회하고 평준화 전형으로 변경을 시교육청에 요구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이미 3월께 입학전형계획이 수립된 상태이기 때문에 뒤늦게 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난 3일 홍명고에 학교장 전형 지정을 최종 통보했다.

이에 홍명고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장 전형이 실시되면 신입생이 줄어들어 학교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온산공단지역에 위치한 이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권 저하 등의 이유로 그동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학교를 천상면으로 이전하려다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학교에는 현재 2, 3학년만 재학 중인 상태다. 당시 천상면 주민들은 과거 홍명고에서 발생했던 이사장 횡령사건 등을 들어 홍명고 이전 대신 공립고 신설을 요구했다.

홍명고의 한 학부모는 "말 많고 탈 많은 이 학교에 학교장 입학전형으로 신입생을 뽑으면 내년에 과연 몇 명이나 오겠느냐"며 "시교육청이 학교장 입학전형을 강제로 지정해 홍명고를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부 학부모는 학교장 입학전형이 철회되지 않으면 폐교하는 것이 낫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홍명고의 내년도 신입생이 정원에 미달할 경우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힘들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폐교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만약 학교가 문을 닫으면 재산은 시교육청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사립학교법 제35조는 '해산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에 인근 온산지역에 공립학교인 온산고가 개교할 예정이어서 신입생 감소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