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북구 구포3동 한 도로 구간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구간은 전날 내린 폭우로 아스팔트 도로가 폭격을 맞은 듯 내려앉았다. 전민철 프리랜서

- 평상시엔 11회선이 전부
- 112·120도 '먹통' 매한가지
- 소방·경찰, 뒷북 대책 마련

지난 25일 발생한 부산 지역 집중호우와 같은 대형 재난 돌발 시 필요한 긴급 전화가 실제로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시간에 수십 명이 통화하게 되면 일부 전화는 소방서나 경찰서와 연결될 수 없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시간임에도 전화기를 들고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이날 오후 3시께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차량 침수사고(2명 사망)는 이 같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26일 유족에 따르면 박모(여·39) 씨가 어머니와 딸을 태우고 유락여중을 나선 것은 오후 2시55분. 애초 롯데백화점 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길이 막혀 골목길을 이용해 우장춘로에 접어들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박 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지하차도에 접어들었다. 물이 차 있어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는 계속 미끄러졌고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박 씨는 급한 마음에 119를 눌렀으나 70여 명이 대기 중이라는 자동 안내말이 흘러나왔다. 수차례 전화를 더 걸었으나, 마찬가지였다. 112에 전화를 걸었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통화 중이니 대기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오후 3시13분에야 박 씨는 겨우 112와 통화가 됐지만, 차가 빠진 후 30분이 지나서야 구조가 이뤄져 차에 타고 있던 어머니와 딸을 잃고 말았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평상시 11회선으로 119 전화를 받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총 30회선으로 19회선을 더 늘렸다. 하루 평균 2000건의 신고 전화를 접수하는데, 이날은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6000건이 넘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

112 신고전화의 회선 용량은 더 열악하다. 112는 구조용이 아니지만, 119가 연결되지 않을 때 시민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112다. 부산경찰청은 평상시 16회선을 마련해 신고 전화를 받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 같은 재난에 대비해 회선을 늘리지는 않았다.

행정 민원전화인 120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시 120바로콜센터는 평상시 8~15명이 민원전화를 받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총 20명으로 증원했다. 하지만 이날 총 2000건의 민원전화가 접수돼 대부분 바로 통화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120에는 하루 1300건의 민원 전화가 걸려온다. 원래 30명이 동시에 민원전화를 받을 수 있지만, 인력 확보가 안 돼 30명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119와 112에 이어 120마저 먹통이 됐다.

이들 기관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소방안전본부는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119가 1339와 통합되면서 신고가 집중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회선의 획기적인 증설이 없다면 1339를 분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긴급 전화와 일반 전화를 분류하는 방안 마련도 제시했다.

경찰도 회선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부산시 역시 120 담당자 30명을 채우기 위한 여건 분석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