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26일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을 방문해 침수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장안읍 좌천리·길천마을 등
- 도로에 피해물품 쌓여있고
- 가재도구 씻어내느라 분주
- 복구에 최소 일주일 걸려
- 정종섭 안행부 장관 등 방문

"가전제품이며 가재도구, 농기계까지 성한 게 거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러다 추석도 체육관 스티로폼 위에서 보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입니다."

26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와 시장·길천마을은 '폐허'였다. 지난 25일 내린 폭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돼 흙탕물과 풀 따위가 널브러져 도로의 차선조차 보이지 않았다. 도롯가에는 침수된 주택과 상가에서 내놓은 냉장고와 가구, 가재도구 등이 쌓여 있었다. 그 뒤로 아직 쓸 수 있는 가재도구와 집기를 물에 씻는 손길이 분주했다. 국민체육센터와 마을회관 등지에 남은 고령자 10여 명을 제외한 주민 모두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군·경의 통제 속에 흙이 잔뜩 묻은 차량을 실어 나르는 견인 차량의 행렬도 이어졌다.

전날 갑작스러운 폭우 탓에 가족과 함께 근처 국민체육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모(67) 씨는 "그나마 괜찮은 집기를 골라내고 있는데, 몇 개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온통 흙탕물이라 계속 씻어내도 나아지질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기장군 일대에는 최대 269㎜의 폭우가 쏟아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차 안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주민 1명이 사망했고, 피해가 가장 컸던 장안읍은 덕산리 내덕저수지 둑이 무너져 주택과 상가 130가구가 물에 잠겼다. 시장마을은 처마까지 물이 차올랐다가 빠져 죽은 물고기가 곳곳에 발견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 이 외에도 공장 침수 4건, 산사태 20여 건, 옹벽 붕괴 8건, 도로 침수·유실 35건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기장군은 1000여 명을 동원해 이재민 구호에 나서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사고 접수만도 벅찬 상황이다. 정확한 사고 집계가 시작되면 주택 침수와 농작물 피해를 비롯해 피해 사례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은 관계기관 합동대책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지역 내 군부대와 소방, 경찰 등이 온 힘을 기울여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복구를 마치는 데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장군 관계자는 "일단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해 주민이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추가 피해가 없도록 산사태와 옹벽 붕괴 지역에 대한 보강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하태경(해운대·기장 을) 국회의원은 "정부가 나서 기장군을 즉각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재난구호와 복구를 지원해야 한다"며 "이는 추석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에게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기장군 피해 현장을 찾은 뒤 폭우로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전 2호기의 안전 상황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