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2일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 추기경 115명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있다. 국제신문 DB

-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서 거행
- 교황 선출되지 못하면 검은 연기
- 선출되면 흰 연기 피어올라

- 외부 압력 막으려 다수결 도입
- 1268년 3년간 결과 못내자
- 지붕 통해 빵·물 공급이 기원

- 엄격한 무기명 투표로 진행
- 공정한 과정 통해 신뢰 받아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사건과 음모를 박진감 있게 다뤄 인기를 끈 바 있다. 특히 교황을 결정하는 선거인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 추기경단 회의)'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는데, 매우 인상적인 대목은 바로 새로운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흰 연기가 성당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장면이다. 콘클라베에서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면 로마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는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교황이 선출되지 못하면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지난 14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해 3월 콘클라베를 통해 시스티나 성당의 흰 연기와 함께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됐다.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는 '멘토' 교황이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색깔로 선출된다니 너무도 간단한 것 아닐까?

■콘클라베의 기원

천만의 말씀이다.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색깔은 콘클라베의 결과를 보여주는 상징일 뿐, 교황 선출의 과정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추기경단이 모여 비밀투표를 하는 콘클라베가 소집된다. 콘클라베는 '자물쇠로 잠긴 방'을 뜻하는 라틴어 쿰클라비(cum clavi)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추기경단이 밀폐된 방에 갇힌다는 것으로, 그 기원에는 오랜 역사가 있다.

초창기 교황은 그 지방의 성직자와 신자들에 의해 선출됐다. 하지만 로마 주교가 교황으로서 서구 가톨릭교의 총대주교이자 이탈리아 수석 주교 지위를 갖게 된 이후부터, 교황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이 때문에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로마 황제와 귀족뿐만 아니라 독일 제왕 등과 같은 다양한 권력자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정치권력이 교황 선출에 개입함에 따라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교회개혁운동이 진행됐다. 그 결과, 1059년 교황 니콜라우스 2세는 교황 선출 권한을 추기경들에게만 국한하는 '교황 선거법'을 선포했다.

이에 1179년부터 3분의 2 다수결로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이 도입됐으나, 이 또한 문제점이 많았다. 다수결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추기경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예를 들면 1268년 교황 클레멘스 4세가 선종한 이후 로마 인근의 비테르보에서 진행된 새 교황 선출 과정에 참여한 15명의 추기경이 무려 3년 가까이 결과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비테르보 시 당국은 추기경들이 모인 교회의 문을 잠그고 지붕을 통해 빵과 물만 공급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콘클라베의 기원이다.

■엄격한 무기명 비밀투표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이 무산됐음을 알리는 검은 연기. 국제신문 DB

이때부터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들은 새 교황이 선출되기까지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 유폐된다. 오늘날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장소는 바티칸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이다. 이곳에서 추기경들은 빵과 포도주, 그리고 물만 공급받으며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물론, 콘클라베가 열리는 성당에는 도청장치가 있는지 등을 사전에 철저히 검사하며, 참여하는 추기경들 역시 휴대전화는 물론 그 어떠한 통신기기도 몸에 지닐 수 없다. 컴퓨터도 당연히 사용이 금지되며, 종이와 펜만으로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는 이름을 적지 않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이와 같은 콘클라베가 개최되는 3일 동안 시스티나 성당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굴뚝에서 과연 흰 연기와 검은 연기 중 어떤 것이 피어오를 것인지 숨죽이며 지켜본다.

■결과보다는 공정한 과정 중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이처럼 까다롭고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 것은 '새 교황에 누가 선출된 것인가?'라는 결과가 아니라 '어떻게 공정한 과정을 통해 교황이 선출되는가?'라는 과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인들과 같은 외부의 영향력에서 종교적인 자유를 보호하고자 한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다. 이처럼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선출됐기에 교황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서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콘클라베의 원칙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웃들 간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국회의사당 내에서도 콘클라베 원칙은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목소리를 높여 싸우지 않고, '좋은 결과'가 아니라 '공정한 과정'을 위해 논의한다면 우리 사회의 신뢰도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박선미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강사·김정덕 한국언론진흥재단 NIE 강사


# 기사를 읽고

1.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어떠한 이유로 도입됐을까?

2. 다수결 선출 방식은 민주적인 방식이지만,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늘날 콘클라베는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했을까?

3. 학급 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콘클라베의 방식을 응용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