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들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날 혼란 속에 살아가는 우리를 찾아왔다가 벅찬 감동과 교훈을 남기고 떠났다. 25년 만에 이뤄지는 가톨릭 수장의 한국 방문이며,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차례 방문 이후 역대 세 번째다.

종교를 떠나 온 나라가 교황을 맞아 들떠서 환호하는 것은 그의 끝없는 사랑과 낮은 곳을 향하는 한없는 겸손, 그리고 몸소 행동으로 실천하는 고결성에 있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교황이 던진 메시지에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

교황은 사치와 허영을 단호히 거부한다. 전용기가 아닌 전세기를 타고 오는 것부터 그렇다. 특권이라고는 오직 맨 앞줄에 혼자 앉는 것뿐이다. 여기서 시작한 교황의 파격적인 방한 행보는 우리에게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소박한 음식과 잠자리, 그리고 방탄 차량을 거부하고 작은 차를 택했다. 그는 지난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순교자 124위 시복식을 한 뒤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명동성당 미사를 집전하는 등 4박 5일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교황의 시선은 늘 가난하며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을 내내 따스하게 품는다.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위로의 손길을 보낸다. 즉위 이후 소년원을 찾아가 한 무슬림 소녀의 발을 씻겨준 그의 낮은 자세를 보면 당연한 행보다. 종교 박해가 사라진 지금의 순교는 탐욕과 이기주의를 떨쳐내는 것이며, 사랑의 실천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건 어쩌면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남북의 대치 상황과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를 염두에 뒀기 때문인지 모른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국회가 마비되고, 민생 보듬기마저 정지된 대한민국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교황이 이 같은 어려움을 보고 듣고 함께하면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들려주길 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디 교황의 방문이 이 땅의 갈등을 녹이는 계기가 되어 낮은 곳에서부터 화해와 통합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길 간절히 바란다. 감민진 앙정초 교사


※시복식

순교자나 교회가 인정하는 사람을 복자품(福者品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으로 인정하기 전에 공식으로 공경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지위)에 올릴 때 행하는 의식


# 어린이 사설 쓰기

황금과 보석으로 찬란하게 장식한 왕자의 동상과 길 잃은 제비 한 마리가 우연히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라는 동화가 있다.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서서 슬프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보아왔던 왕자는 자신의 눈에 박힌 에메랄드 보석을 가난한 사람에게 전해 달라고 제비에게 부탁한다. 제비는 그 부탁을 들어주느라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을 하루 연기한다. 그러나 하루만으로는 부족했다.

왕자와 제비는 겨울이 오는 줄도 모르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누어 줬다. 눈보라 치는 겨울이 왔을 때 제비는 추위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이미 회색빛 흉한 돌로 변해버린 왕자의 동상 밑에서 죽어갔다. 사람들은 왕자의 동상을 끌어내려 쓰레기장에 버렸고 죽은 제비도 왕자의 동상 옆에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느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가져오라고 천사를 내려보냈다. 이 땅에 내려온 천사가 하느님 앞으로 가져간 것은 도시 한구석에 차디차게 식어버린 왕자의 납으로 된 심장과 제비의 초라한 시체였다.


☞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화려하게 보이지 않아도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리나라 방문 또한 우리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파했습니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해 보고 소감을 일기 형식으로 써 봅시다.(600자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