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이웃 간 몸싸움까지 번져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중간층에 거주하던 40대 A 씨는 최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1층으로 이사를 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A 씨는 "아이들 때문에 시끄럽다"며 시도 때도 없이 항의를 해 오는 아랫층 사람에게 시달렸다. 불면증 고통까지 겪던 A 씨는 결국 집을 옮겨야 했다. A 씨는 "1층에 거주하다 보니 조망권이 크게 제약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지만 층간소음 문제에서 벗어나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을 둘러싼 분쟁이 2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도내에서는 12건의 층간소음 관련 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전체 숫자 11건을 뛰어 넘은 것이다. 도는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30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에서는 2004년 진해에서 첫 조정 신청이 접수된 이후 2012년까지는 매년 1건씩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3년부터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층간소음 분쟁 건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사생활 보호에 대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시각이 변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같은 단지 내 입주민이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 불편함을 참고 견뎠으나 최근 사회분위기가 층간소음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권리찾기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층간소음 관련 조정 신청이 법정까지 가는 것은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도의 집계 결과, 2004년 이후 접수된 32건 가운데 27건은 자진철회했으며 1건은 합의가 됐다.

반면 층간소음 문제를 조정을 거쳐 해결하지 않은 채 감정적으로 다투다 대형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도내에서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지난 달 곡괭이로 윗집의 현관문을 내리찍은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도 몸싸움을 벌이다 지난 24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또 지난해 8월 양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위층 주민과 층간 소음문제로 다투면서 수십 차례에 걸쳐 상대방의 현관문에 라면국물을 뿌리거나 소주병을 던진 40대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됐다.

도 관계자는 "소음 문제로 다툼이 발생하면 도 환경분쟁조정위 접수 전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1661-2642)에 전화 상담을 하거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noiseinfo.or.kr)에 접속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