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있는 일본인 위안부 할머니 자료관인 '민족과여성역사관'을 한 관람객이 둘러보고 있다. 홍영현 기자

- 신도高서 207만 원 전달 등
- 초중고생 성금·편지 도움

부산에서 10년째 운영되는 일제 위안부 자료를 모은 '민족과여성역사관(이하 위안부 역사관)'은 개관 이후 항상 '폐관 위기'에 놓였다. 그때마다 여기저기서 온 성금 덕분에 계속해서 문을 열 수 있었다. 여기엔 누구보다 학생들의 도움이 컸다.

29일 오후 수영구 수영동 위안부 역사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한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는 "지금 사람들은 식민지 역사를 잊고 산다. 특히 학생들은 위안부라는 말만 들어봤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역사관을 세운 김문숙(87) 이사장. 부산정대협(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회장인 김 이사장은 2004년 9월 사비 1억 원을 털어 역사관을 열었다. 김 이사장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필리핀 등에서 수집한 위안부 관련 자료들과 신문 스크랩, 재판기록 등을 전시했다. 그러던 중 2012년 큰 위기를 맞았다. 월세 95만 원과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관을 계속 운영할 수 있었던 데는 모금 운동의 힘이 컸다. 초등학생들이 돼지저금통을 모아오고, 중·고교생들이 성금과 함께 힘내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최근에는 해운대구 신도고 학생들이 역사관에 207만 원을 전달했다. 재학생 1000여 명이 "역사관 운영에 써달라"며 모금에 동참했다. 신도고 학생들의 모금 운동은 지난해에도 진행됐다. 당시 학생회 부회장이던 박준규(18) 군이 '위안부 역사관이 재정난으로 폐관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역사관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박 군은 "지난해 역사관을 방문했을 때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위안부가 있다는 걸 알았다.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에 돌아가 봐야 뭐하겠느냐는 게 이유라고 한다. 이 말이 현재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역사관을 도우려는 학생이 많지만, 역사관 운영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김 이사장이 자기 소유의 건물을 판 돈으로 여태껏 운영을 해왔는데, 운영비도 빠듯한 상황에서 최근 건물주가 월세를 올린다는 내용증명까지 보내왔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학생들 성금이 금액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되지만, 정신적으로는 정말 반갑고 힘이 된다. 정식 후원회가 만들어져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