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혹 밝힐 최후 인물 꼽혔지만
- "검찰이 순천 별장 급습한 전날
- 유 씨 마지막 본 후 혼자 도주…
- 나와 여신도 외 제3조력자 없다"

최근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명수배된 유 씨의 운전기사 양회정(55·사진) 씨가 29일 전격 자수했다. 하지만 전날 자수한 '김엄마' 김명숙(여·59) 씨와 양 씨 모두 순천 별장 이후 유 씨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고 밝히면서 유 씨의 마지막 순간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자수 양 씨 "유 씨와 5월 24일 헤어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에 따르면 경기 안성시의 한 펜션에 머물던 양 씨는 29일 오전 8시께 자수했다. 유 씨를 가까이서 보좌하면서 도피를 도운 '순천 도피조' 중 한 명인 양 씨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 "지난 5월 24일 유 씨를 마지막으로 봤다"고 진술했다. 5월 25일 새벽 3시께 자신이 머무르고 있던 순천 별장 '숲속의 추억' 인근 연수원에 검찰 수사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별장에 은신 중이던 유 씨에게 미처 연락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승용차를 타고 전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당시 별장에서 유 씨와 함께 있던 구원파 여신도 신모(33·구속기소) 씨 외에 유 씨를 돕던 제3의 조력자는 없었다. (유 씨에 대해) 걱정은 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양 씨는 유 씨가 금수원을 벗어나 도주를 결심한 때부터 운전기사는 물론 순천 은신처 마련, 수사동향 전달 등의 역할을 맡아 범인은닉 및 도피 혐의가 적용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양 씨 어떻게 유병언 회장 도왔나

양 씨는 금수원 내에 있던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도피조장인 구원파 순천지역 핵심 신도 추모(60·구속기소) 씨의 지휘를 받아 행동대원 역할을 맡았다. 양 씨는 5월 3일 유 씨가 양 씨의 처제(47) 집에서 순천 별장 '숲속의 추억'으로 이동할 때 유 씨와 이 이사장, 김 씨, 추 씨, 유 씨 수행원 신 씨와 함께 벤틀리 승용차 등 차량 2대에 나눠타고 이동했다. 이 이사장이 5월 27일 금수원에서 검찰에 체포된 이후에는 김 씨가 지휘권을 물려받았다.

인테리어 업자 출신인 양 씨는 별장 내부가 잘 보이지 않도록 위장하기 위해 커튼을 별장 내부에 설치했고,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별장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우기도 했다. 특히 양 씨는 동서인 한모(49·구속기소) 씨와 함께 유 씨가 5월 25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따돌렸던 별장 내 비밀공간을 만들었다. 이후 양 씨는 유 씨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 유 씨의 비서인 김모(여·55·구속기소) 모래알디자인 이사 등 측근들이 찾아오면 별장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유 씨 사망 원인 미궁 속으로?

양 씨와 김 씨가 순천 별장 이후 유 씨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고 밝히면서 유 씨의 사망 시점과 사인 등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5일 유 씨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독극물 분석,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시신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망 시점에 대해서는 "부패에 영향을 주는 습도와 온도가 매번 달라 현재로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사진상으로 사망한 지 10~15일쯤 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보다 오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신 씨가 검찰 압수수색 당시 유 씨를 별장 내 비밀공간에 숨겼다는 진술까지 종합하면, 유 씨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종료된 자정께부터 경찰의 정밀 감식이 시작된 5월 26일 오후 3시 사이에 별장을 빠져나와 인근 숲으로 홀로 도망간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홀로 산속을 헤매던 유 씨는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별장에서 불과 2㎞가량 떨어진 매실밭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의 마지막 희망은 별장에서 도주한 이후 유 씨의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나 도주 경로를 추정할 만한 물증이 발견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