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8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쌀을 뿌리며 쌀 시장 전면 개방 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보다 훨씬 땅 넓은
- 미국이 대량 생산한 쌀
- 당장은 싸서 좋지만

- 국산 쌀 사는 사람 줄면
- 농민들 쌀농사 포기
- 이 틈에 수입 쌀 값은
- 대폭 인상될 것 뻔해

- 결국 국민 밥상 위에
- 비싼 외국 쌀만 오를 수도

한국에서 생산되는 쌀의 품질은 세계적으로도 최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값싼 쌀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국내산 쌀의 소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수입산 쌀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에 쌀을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수입산 쌀의 물량 공세가 앞으로 우리의 식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쌀 시장 개방, 농민 반발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입되는 쌀에도 정부가 관세를 매기기로 한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한국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쌀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정부의 발표에 전국의 농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쌀 시장이 개방되면 농민이 피해를 당하는 것은 물론 1차 산업인 농업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이다. 반면 정부는 수입되는 쌀에 관세를 부과해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고,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농민이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쌀 시장 개방 논의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무역기구가 설립되지 않았던 당시 국제 무역의 협상과 중재 역할을 담당한 것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이었다. 여기에 참여한 다양한 국가들이 8차에 걸친 협의 결과 도출한 것이 우루과이라운드였고, 그 중 주요하게 다룬 것이 농산물 교역에 관한 사항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를 진행한 결과 타결된 농산물 협상은 국가 간 농산물 거래에서 관세를 부과하는 원칙을 채택했고, 이후 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면서 국가 간 무역에서 관세화 원칙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농산물을 수입하는 국가는 모든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매기게 되었다.

■왜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매기나

수입산 농산물에 대해 정부는 왜 관세를 매겨야 할까?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농업 면적이 한국보다 훨씬 넓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쌀과 한국에서 생산되는 쌀은 당연히 가격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훨씬 저렴한 미국산 쌀이 한국에 수입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국내산 쌀을 찾는 소비자는 줄게 될 것이다. 그 결과, 한국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결국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며, 한국의 농업은 점차 쇠락할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양이 줄어들수록 국민은 수입산 농산물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회를 틈타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에서 수출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든지, 수출량을 갑자기 줄일 경우 국민의 먹거리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국가는 국민이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식량 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자국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수입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국내산과 수입산 농산물의 가격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채택된 농산물 관세화 원칙은 단계적으로 정부가 관세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산 농산물 가격은 국내산 농산물의 가격과 비교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값싼 수입산 농산물의 대량 유입으로 국내 농업과 농민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삼는 한국에서 쌀 시장 개방은 자칫 국민의 밥상이 다른 나라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쌀 시장 전면 개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국내 농업에 대해 더는 국가가 모든 권한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이상 한국 정부는 국가 간 무역과 거래라는 큰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밥상에 우리 농산물이 설 자리가 줄어들수록 국민의 식량 주권 또한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국가와 국민이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박선미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강사·김정덕 한국언론진흥재단 NIE 강사


# 기사를 읽고

1. 관세와 세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고,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2. 식량 주권의 개념을 알아보고, 쌀 시장 개방이 한국 국민의 식량 주권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의견을 써보자.

3. 농산물 관세화 원칙이 한국의 쌀 시장에 적용될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국가는 어디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