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이 21일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최근 자신의 사촌동생들이 학교 신설·기자재 납품 비리에 개입해 구속된 것에 대한 사과를 위해서였다.

김 교육감은 담석 및 담낭 제거 수술 등으로 입원했다가 2주 만인 지난 18일 퇴원한 뒤 이날 첫 출근을 하자마자 기자들을 만났다. 이날 김 교육감은 "저의 친척이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머리를 숙였다. 이어 모두 부덕한 탓이고, 질책을 달게 받겠다는 각오로 향후 교육행정을 이끌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울산 교육계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론적인 사과 수준에 불과했지만 여기까지는 무난했다. 비리에 친척이 개입된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 교육감은 "모든 것이 법적으로 밝혀진 이후에 알았다"고 했다. 석연찮았지만 개인 사정에 따라 그럴 수가 있을 터니 수긍이 가능한 답이었다.

하지만 간담회가 끝날 무렵 김 교육감은 시교육청 구성원이 1만5000여 명에 달하다 보니 개개인을 일일이 챙기기 힘들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발언이 납품 비리에 개입한 친척들보다는 연루된 공무원들이 더 문제가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교육 공무원이 교육감 친척들에게 이런저런 비리를 도모하자고 먼저 다가갔을까, 아니면 형의 직위를 팔아 뭔가 한 건 해보자는 마음에서 사촌동생들이 공무원에게 접근했을까. 대다수의 사람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친인척들의 비리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들이 정치적 타격을 입는 일을 흔하게 봐왔다. 이유야 어쨌든 사회는 친인척 관리를 잘못한 이들에게 비난을 쏟아부었다. 대통령 직위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김 교육감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선 교육감이 됐을 때부터 먼저 친인척들에게 교육청과 관련한 이권을 챙길 생각은 언감생심 하지도 말라고 추상같은 주문을 했어야 옳았다. 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결국은 공무원이 다치게 되고, 친척 동생이 구속되고, 자신도 재선의 영예와는 별도로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