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신라대에서 열린 제10회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에 참가한 부산 브니엘여고와 전남 여수여고 학생들이 함께 율동을 하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성효 기자

- 순수함으로 금세 친구 맺어

영호남 여고생이 방학을 맞아 부산에서 뭉쳤다. 여고생 특유의 순수함과 친화력 앞에서 '지역의 벽'은 단숨에 허물어졌다.

18일 오후 2시 부산 사상구 신라대학교 기숙사. 부산 브니엘여고 1학년 151명과 전남 여수시 여수여고 1학년 150명이 모여 힘찬 함성을 내질렀다. 여고생들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이 이날 주최한 제10회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에 참가한 참이었다.

처음엔 학교별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앉아 있었지만,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여고생들은 음악과 함께 뒤섞여 뛰놀았다. 가요 '여수 밤바다'가 흐르자 여수여고 학생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이들을 말리지 못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노래가 나올 때는 모두가 함께 따라 불렀다.

동요 '둥글게 둥글게'를 따라 춤추며 놀다가 사회자 구령에 따라 짝을 짓는 게임을 할 때 여고생들은 어느새 하나가 돼 있었다. 사회자가 "15명" 하고 외치자 학교끼리 뭉쳐 놀던 학생들이 순식간에 뒤섞였다. 이렇게 뭉친 학생들은 한팀이 되어 다른 게임을 이어갔다.

'영호남 연합팀'이 된 학생들이 춤 솜씨 자랑에 나섰다. 10조에 속한 여고생들이 춤 실력을 제대로 뽐내지 못하자 옆에 있던 9조가 뛰어들어 10조를 응원하는 춤을 췄다. 진행자는 이들 모두에게 1만 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줬다.

여수여고 1학년 이아영 양은 "부산에서 새 친구를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 처음에는 어떻게 친해질까를 살짝 고민했는데, 벌써 부산 친구들에게 정이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후 5시로 예정된 정식 출범식이 두 시간가량 남았지만, 이미 영호남 학생은 함께 웃고 떠들며 서로를 챙기고 있었다. 행사는 19일 부산 투어를 끝으로 마친다. 1박 2일 짧은 여정이지만, 친구가 되는 데는 충분해 보였다.

박흥민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 부장은 "올해로 영호남 어울림 한마당이 10회째를 맞았다. 이 행사에서 만난 학생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서로 오래도록 연락하며 우정을 이어간다"며 "기성세대의 지역감정을 학생에게 대물림하지 말자는 취지로 시작한 이 행사는 여학생 특유의 순수함 덕택에 언제나 대성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