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외대 도서관 2층 휴식공간 'W-스테이지'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는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한다. 백한기 선임기자

-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선
- 북카페 만들어 먹거리 팔고
- 소극장서 최신 영화도 상영
- 이용자 수 지난해의 4배

- 부산대에도 DVD 관람시설

2009년 3월 성균관대가 '누드 도서관'을 개관했다. 지상 7개 층 전면이 투명한 유리로 돼 밖에서 내부 전 층을 볼 수 있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2010년 3월 명지대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한 고품격 도서관(방목학술정보관)을 선보였다. 화려한 내·외관을 자랑하는 이 대학 도서관은 언뜻 도서관인지, 박물관인지, 전시장인지 헷갈린다. 창원대는 2012년 9월 신축 도서관의 문을 열었는데, 콘셉트는 '문화와 도서관의 접목'이었다. 학습 공간과 문화시설, 휴게시설이 잘 어우러졌다.

대학 도서관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책들로 빽빽한 서가와 열람실만 떠올리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이용자인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대학 도서관이 확 달라졌다.

부산외대는 지난 2월 우암동 캠퍼스에서 남산동 캠퍼스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 도서관의 공간 구성이었다. 이를 위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창원대 명지대 전주대 등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도서관은 대학의 중심이자 문화공간으로, 학생이 즐겨 찾는 곳이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먼저 부산외대 도서관 1층에 200석 규모의 북카페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새로 들여왔다.

또 64석 규모의 '금샘 소극장'에서는 매주 두 차례 최신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2층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휴식공간 'W-스테이지'가 있다. 푹신한 소파가 있어 학생들은 누워서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한다.

부산외대 3학년 김소영(여·22) 씨는 "다른 곳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 학기 중 상당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외대가 남산동으로 옮긴 이후 올해 1학기(3~5월) 도서관 이용자는 18만468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껑충 뛰었다.

부산대 역시 장전캠퍼스 내 도서관 두 곳에 6000여 편의 DVD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다. 부경대도 월 1회 도서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물론 DVD, CNN 방송 등을 볼 수 있는 위성방송 시청실을 설치해 놓았다.

부산외대 심재륜 중앙도서관장은 "우암동 캠퍼스 때 대부분 학생이 시험기간에만 도서관을 이용하고 평소에는 잘 찾지 않았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평소에 도서관에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문화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