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구도 배상…"배수 이상없어"

장마철을 앞두고 집중 호우로 침수된 차량의 수리비를 담당 행정기관이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지자체가 긴장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는 한 화재보험회사가 제기한 침수 차량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18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구상금이란 사고가 일어났을 때 남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뒤 사고의 책임이 있는 자에게 반환받는 금액이다.

해당 차량은 지난해 9월 8일 새벽 광안리 해변 도로에 주차해뒀다가 국지성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침수됐다. 보험회사는 수리비용 980만 원을 차주에게 먼저 지급한 후 수영구에 30%의 책임을 물어 구상금을 청구했다. 수영구의 도로 유지관리에 문제가 있어 차량이 침수됐다는 주장이다. 소송 결과 20%의 책임이 인정돼 수영구는 180만 원 상당을 물어주게 됐다.

하지만 수영구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해당 도로의 배수 능력에 문제가 없고, 배수 능력을 키우려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사정인데 이 같은 판결이 나와 아쉽다는 입장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소액사건 심판이라 판결 이유가 명확히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며 "이번 일이 선례가 돼 구상금 청구가 잦아지면, 세금이 낭비되는 꼴인 만큼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소송 비용까지 고려하면 항소를 결정하기 어렵다. 사하구도 지난해 하단동에서 침수된 차량에 대해 보험회사가 300만 원을 청구해와 소송을 벌였다. 75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하지 않았다. 1심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변론할 수 있지만, 항소심부터는 변호인을 선임해야 해 만일 패소하면 쓸데 없이 예산을 낭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보험회사가 이런 점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 "보험료를 올리고 구상금도 받는 건 지나친 게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