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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18> 부산 사상 '모래내 벨칸토'

색소폰 연주로 늦게나마 꿈 찾은 단원들…축제마다 모셔가는 인기 악단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   입력 : 2014-06-25 19:25:4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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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모래내 벨칸토 회원들이 연습실에서 색소폰 연주 연습을 하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 15년 전 회원 5명 동호회로 시작
- 무료 강습하다 2009년 조합 결성
- 주민 위한 문화교육이 주요 사업

- 회원 50명으로 성장, 직업 다양
- 생업 탓에 꿈 접은 이들 대부분

- 일부 단원 팬클럽 있을 만큼 인기
- 작년 1000만 원 수익, 10% 기부
- '사랑의 밥차' 찾아 무료 공연도

색소폰의 음률은 감미롭지만, 소리일 뿐 형체는 없다. 이 형체 없는 색소폰 음률로 가치를 창조하는 독특한 마을기업이 있다.

구성원 대부분은 나이 50대, 색소폰 경력 6년 안쪽의 아마추어들. 비록 프로 연주가처럼 능수능란하지는 않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실력과 활동 범위를 키워가며 문화 기반이 다른 지역보다 약한 부산 사상구를 터전으로 문화산업의 씨를 뿌리고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상구 모라동에 둥지를 튼 협동조합 '모래내 벨칸토'다. 모래내 벨칸토는 '모래내'라는 사상구의 옛 지명과 아름다운 노래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벨칸토'를 합친 말. 이 독특한 합성어가 주는 느낌에서도 알 수 있듯, 모래내 벨칸토는 각계각층 주민이 모여 색소폰이라는 매력 넘치는 악기를 활용해 앙상블을 이뤄내고 시민을 만난다. 존재와 활동 자체가 주민의 화합을 전제로 하는 셈이다.

■지역민 문화교육 위해 탄생

모래내 벨칸토는 15년 전 회원 5명의 동호회 활동으로 시작했다. 색소폰 연주가 방준모(57) 씨가 모라동 주민을 상대로 무료로 색소폰 연주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체계를 잡아 학원 형태로 운영되다 2009년 모래내 벨칸토 결성으로 이어졌고, 2012년 마을기업으로 인가받았다.

출발이 이렇다 보니 마을기업으로서 모래내 벨칸토의 주요 사업은 주민을 위한 악기 강습 위주의 문화교육이다. 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누구나 매주 월요일 교습소에 비치한 악기로 수강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한 달에 강습비 1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수강자의 형편에 따라 얼마 안 되는 이 수강료를 면제하기도 한다.

지금은 소속 회원이 모두 50명(공연회원 25명, 견습회원 25명)이며 평균 나이는 53세이다. 최고령 회원은 76세이다. 자영업자, 공무원, 퇴직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회원 상당수는 젊은 시절 악기를 배우고 싶었으나 생업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던 이들이다. 늦게나마 음악이 주는 행복을 찾은 회원들은 뜨거운 열정으로 나날이 실력을 키운다. 한 40대 직장 여성 회원은 여기서 색소폰을 배우며 뒤늦게 발견한 소질을 살려 재작년 부산예술대에 입학했고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방 대표는 "악기를 배우려는 이들이 늘면서 마을기업으로서 체계가 잡혔고 구성원의 자부심과 열정도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행사장마다 인기를 끌다

이들을 지켜보는 주민의 반응도 굉장하다. 모래내 벨칸토의 공연이 있는 전통시장 행사 때마다 관람객이 몰려든다. 일부 단원은 팬클럽까지 있을 만큼 인기를 누린다. 방 대표는 인기의 배경에 대해 "모든 단원이 저마다 역량을 끌어올리려 힘쓰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다 보니 이를 보는 마을 사람들 역시 행복감을 얻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단원들이 전통시장 행사나 마을축제에 나설 때마다 신명이 난다. 모라시장과 새벽시장 덕포시장 등에서 장터 활성화 축제가 있을 때마다 공연단이 출동해 분위기를 한껏 띄우면 그날 시장의 매출도 덩달아 좋아진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반응이라고 한다. 덕분에 인근 시장에서 축제가 많은 행사철이 되면 모래내 벨칸토는 이곳저곳 초청돼 공연하느라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모래내 벨칸토 조영미(여·46) 총무는 "10월 열리는 사상강변축제 때 구청에서 우리 공연단에 부스를 제공하는데 그때마다 인근 시장 상인들이 음식을 장만해 와서 분위기를 돋워준다"며 "우리 노력을 지역 주민이 알아주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나누고 환원하는 공연기업이 목표

덕분에 공연단의 수익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에서 마을기업 인증을 받아 지원금 5000만 원을 받은 것과 별도로 수익을 1000만 원가량 올렸다. 한 번 공연에 100만 원 이하 공연료를 받는 상황에서 마을기업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여 이룬 성과치고는 대단하다는 게 조 총무의 설명이다. 수익금은 공연단 운영비를 충당하고, 10%가량을 지역 봉사단체에 기부한다.

봉사활동도 모래내 벨칸토의 중요한 활동이다. 이들은 달마다 모라동주민센터 앞 이웃돕기 급식소인 '사랑의 밥차'를 찾아가 무료로 공연을 펼친다. 방 대표는 지역의 경력 단절 주부 등 인재를 모아 그 역량을 지역 문화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모래내 벨칸토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방 대표는 "체계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정기공연도 해마다 두 차례 열어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공연 마을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 "외지업체는 유료, 우리에겐 무료공연 요구…올해 지원 끊겼지만 명맥 이을 것"

■ 방준모 대표

"구청 행사 때 외주 업체에는 정식으로 공연료를 지급하면서, 정작 지역의 마을기업은 소외시킬 때 많이 힘들죠 ."

모래내 벨칸토의 방준모(사진)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가 마을 '문화' 기업의 정체성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제대로 성장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공연 기회가 중요한데, 실질적인 관심이나 지원은 아주 적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정작 관공서 행사에 초청받아 가보면 대다수가 모래내 벨칸토에는 무료 공연을 요구하면서 다른 지역 공연업체에는 유료 공연의 기회를 주는 것이 태반"이라고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이는 예술문화를 전문으로 하는 마을기업을 보는 행정 당국의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마을기업 지원을 위한 재심사를 받을 때 공산품을 직접 만드는 다른 마을기업보다 평가 절하되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며 "비슷한 매출을 올린 업체와 비교해 성장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당시 심사에 참여한 위원과 공무원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문화 부문의 특성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마을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는 왜 눈길을 주지 않느냐는 토로다.

"문화사업은 1, 2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분야가 아니다. 아마추어 주민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정상적인 공연을 할 수 있으려면 3~5년 동안은 꾸준히 지켜보고 지원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모래내 벨칸토는 올해 부산시의 마을기업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있었던 2차 지원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 대표는 이에 대해 "유형의 제품을 생산하는 마을기업은 지원이 끊기면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문화 부문은 그나마 가능해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기업의 특성에 맞춰 순수 아마추어 주민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고 한다"며 "행정 당국도 마을기업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기간을 두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마을기업을 더 폭넓게 발굴해주기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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