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가 '송전탑 사태'와 관련해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함에 따라 창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도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한국전력과 주민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마산합포구 월영동 주민들은 한전과 4년째 대립하고 있다. 발단은 한전이 2010년 예곡동과 월영동 일원에 154㎸ 송전탑 5기를 세우기로 하면서부터다. 낙뢰 등에 따른 정전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1개인 송전탑 선로를 2개로 늘리는 것이 주요 사업내용이다. 한전은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며 2014년 4월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전자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사업은 처음부터 암초에 부딛혔다. 이후 한전은 송전탑 1기만 외부에 설치하고 4기는 지중화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또 당초 위치도 일부 변경을 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반대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한전은 지난해 말 해당 지역 주민과 창원시, 학계 등이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1일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자기장 피해 방지 등을 위해 송전탑 선로를 기존 구리선이 아닌 초전도체 케이블로 시공 ▷전자파 등을 차단하는 자기장 차폐시설 설치 ▷두 가지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송전탑 건설 자체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반면 한전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시설은 현재로선 개발이 되지 않은 것이어서 수용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추가 논의는 지방선거 등으로 중지된 상태다. 한전과 주민들은 새 시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내달 중 2차 회의를 열어 의견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안상수 창원시장 당선자가 그동안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양측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와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양측의 충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 대책위 관계자는 "한전 측이 우리가 내놓은 최소한의 피해 대책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사를 결사 저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반대로 한전은 마산합포구 일대의 정전 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착공 시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