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장동마을 입구 움막에서 경찰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한 주민을 끌어 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2005년 이후 지루한 공방전
- 한전 송전탑 설치 속도 낼 듯
- 사회 여론·향후 소송 변수도

11일 경남 밀양시가 765㎸ 송전탑 건설 현장 인근의 움막 농성장 5곳을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하고 한국전력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수년간 지속되던 '송전탑 사태'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의 행정대집행은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최대 난관이 표면적으로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주민들과 한전은 2005년 주민설명회 이후 지루한 공방을 이어왔다. 그동안 한전은 밀양지역 곳곳에서 송전탑 건설 공사를 진행했으나 부북면 평밭마을 등 주민들의 농성이 계속되는 5곳에 대해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전은 이제 농성장 철거를 계기로 공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로 예정된 공사 완료기간이 두 달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반면 송전탑 반대에 나섰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반대 대책위와 주민들은 그동안 농성장에서 수개월째 기거하면서 송전탑 건설 저지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왔다. 특히 부북면 평밭마을 농성장은 투쟁의 전초기지나 다름없었고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농성장이 철거되고 주민들이 강제 해산됨으로써 사실상 저항 동력을 잃은 셈이 됐다. 앞으로도 전국 시민단체의 지원과 희망버스의 방문 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열기가 이전만큼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한전과마을 주민들의 추가 보상합의 소식도 송전탑 사태가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음을 뜻한다. 한전 측의 주장에 따르면 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중 28곳이 합의를 했다. 특히 가장 강경했던 부북면 평밭마을도 합의를 했다고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주민들의 투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전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강제철거라는 강수를 둠으로써 반대 주민들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어서다. 반대 대책위의 향후 움직임도 변수다. 이들은 움막이 철거됐지만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그동안 제기된 각종 법적 소송은 계속 진행하면서 이번 철거 과정에서 발생했던 불법 사례들을 모아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도 덧붙였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주민들은 다시 분노와 오기로 똘똘 뭉칠 것"이라며 "이 싸움의 진실을 밝히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연대의 손길을 놓지 않는 '밀양 송전탑 시즌 2'를 열어젖히겠다"고 말했다.

◇ 밀양 756㎸ 송전탑 사태 일지 2000년 1월 정부, 제5차 장기 전력수급계획 발표 2001년 5월  한전,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56㎸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 2005년 8월 한전, 밀양지역 주민 설명회 2008년 7월  밀양주민들, 송전선로 백지화 요구 첫 궐기대회 2008년 8월  한전, 송전탑 및 송전선로 건설 시작 2012년 1월 16일 밀양주민 이치우 씨 건설 반대하며 분신 후 사망 2013년 6월  한전·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 발족  2013년 10월  한전, 송전탑 공사 재개 2013년 12월 2일   밀양주민 유한숙 씨 음독. 나흘 후 사망 2014년 6월 11일  밀양시, 5개 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