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해경 관계자가 한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신원 확인을 위한 DNA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선체 진입했지만 생존자는 없어
- 진도체육관·팽목항엔 비통함만

- 정부에 "선 구조, 후 인양" 요구
- 합동분향소·시신 안치실 등도

선체 진입 성공으로 수색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오히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은 커져만 가고 있다. 선체 진입과 함께 시신을 수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생존자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의 한 가닥 기대는 곧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정부는 민관군 합동구조팀 잠수사가 선체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 개척에 성공하면서 선내 수색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날 오전 5시35분과 5시50분께 특수 손도끼로 유리창을 깨고 선실 안의 사망자 4명(남2, 여2)을 인양한 뒤 오전 7시40분에서 8시 사이 9명의 사망자를 추가로 수습했다. 사고 발생 닷새가 지난 시점에 더디기만 하던 수색 구조 작업 속도에 점차 탄력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분위기는 일말의 기대감에서 점차 짙은 슬픔으로 변하고 있다. 이날 진도체육관에서 정부의 빠른 구조 작업을 촉구하던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분노를 삭이지 못한 한 학부모는 "젊은 나이에 아이를 이렇게 보내서 불쌍해서 어쩌냐. 어서 책임지라"며 허공에 대고 절규했다.

수습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것을 보면서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실종자 가족 전반에 퍼지고 있다. 김모(52) 씨는 "19일 오후부터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시작한 DNA 채취 때부터 이미 기대감은 없어졌다. 가족이 맞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이 훼손된 것을 봤다. 어찌 됐든 빨리 작업이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구조현장 최일선인 팽목항에서 생존자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팽목항에 마련된 가족대기실에 모인 4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첫날 이후 생존자는 없고 사망자만 나오는 현실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가족대기실 바로 옆에 마련된 시신 확인실에서는 애끊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망자 가족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주변의 실종자 가족도 모두 비통함에 잠겨 헤어나오지 못했다. 남의 일이 아닌 탓이다.

전모(여·46) 씨는 현장으로 달려온 여동생을 껴안고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전 씨는 동생에게 "애가 타 죽겠다. 왜 이렇게 작업이 더딘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다 쓰러졌다. 팽목항에는 전 씨처럼 곳곳에 링거를 맞은 채 누워 있거나 충격으로 병원에 실려간 사람이 많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보다 구조에 먼저 집중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이날 진도체육관에서 전체 가족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 이같이 요구했다. 그동안 일부 가족이 정부에 수색 중단과 함께 선체 인양을 요구한 것에 대해 대표단 회의를 거쳐 '선 구조, 후 인양'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가족 대표단은 "인양 소요 시간을 고려해 어떤 장비를 써서 구조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답변해 달라"며 "일단 구조에 비중을 두고 인원을 늘려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합동분향소와 시신 안치실 설치를 요구하는 한편 장례 절차는 가족들의 의견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신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그물 설치, 가족 전담 직원 상주, 정부 지휘체계 일원화, 셔틀버스 운행 단축, 가족 전용 선박 배치 등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