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세월호 실종자 가족 150여 명이 청와대 항의 방문을 시도하면서 진도대교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 수십 명 실신해 응급차 후송
- 경찰 400여 명, 같이 울며 저지

"우리 애를 살려내라."

더딘 구조 작업과 선내 시신 수습 소식에 격앙된 실종자 가족 150여 명은 20일 오전 8시께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진도대교 인근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정부는 경찰 병력 400여 명을 투입해 실종자 가족들의 행진을 저지했다.

실종자 가족 김모(52) 씨는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더딘 수색 구조 작업에 화가 난 학부모들이 뭉쳤다"며 "그저 구조수색 작업을 빨리 하라는 대책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청와대를 향해 걷고 또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더디기만 한 실종자 구조 작업 때문이다. 진도체육관에서 아이들의 생환 소식을 기다리던 150여 명의 학부모는 선내 사망자 수습 소식을 접하고 이날 새벽 2시께 청와대로 직접 올라갈 것을 결심했다.

가족 대표단 70여 명은 관광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청와대를 향해 출발하려 했으나 경찰 100여 명에 의해 가로막혔다. 대표단 측은 사태 수습을 위해 현장에 나온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당국의 실종자 수색 작업이 늦어지는 데 항의하고 정홍원 국무총리의 현장 방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 총리는 새벽 3시께 체육관을 방문해 가족들을 만류했지만 실패했다. 정 총리가 대기한 차량에 탑승하자 가족들이 "그냥은 보낼 수 없다"며 총리가 탄 차를 둘러쌌고 이후 2시간여 동안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결국 대치를 풀었고 총리는 별다른 말없이 자리를 떴다.

이후 학부모들은 곧바로 거리로 나섰다. 현장의 한 구급대원 관계자는 "새벽 부터 오전 8시까지 20㎞가량의 거리를 걸었다. 걷다 지쳐 실신해 응급차로 후송된 인원도 30명가량"이라고 전했다.

오전 8시께 진도대교 인근에 집결한 학부모들은 모두 도로의 갓길 선 안으로 정렬했다. 도로 점거는 불법이므로 합법적으로 시위하자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이들을 막아선 경찰과 대치했다. "비키지 않으면 뚫고 가겠다"는 경고를 하고 10분을 기다린 후 경찰과 학부모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리를 지나가려던 학부모와 막으려는 경찰들 사이에 폭력은 없었다. 눈물만이 있을 뿐이었다. 20여 분의 몸싸움에 지친 학부모들은 대부분 도로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들을 달래던 경찰도 눈물을 훔쳤다.

경찰과의 대치 세 시간 후인 오전 11시께 현장의 경찰 관계자로부터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고 잘 전달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후에야 학부모들은 농성을 풀었다.

학부모 대표들은 이후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 자리를 가지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학부모는 "선체 인양보다는 구조에 집중해달라. 한시라도 빨리 내 딸을 품에 안아야 한다. 정 총리에게 전한 것은 이게 전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