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문 · 부산경찰청 공동기획

부산 남구는 신선대, 감만부두 등 항만과 관광 명소 오륙도가 있어 밤낮으로 대형 화물차, 일반 차량의 통행이 유별나게 많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곳곳의 가로등을 꺼놓아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15일 부산 남부경찰서의 자료를 보면 올해 남구에서 발생한 교통사망사고는 모두 5건이다. 이 가운데 3건이 도로를 횡단 중인 보행자를 차량이 제대로 못 본 탓에 생긴 사고였다.

'꺼진 가로등'이 교통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꺼져있는 가로등 탓에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감시가 소홀하다'는 인식을 심어 운전자의 과속과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남구 내 11개 주요 도로는 격등제를 시행해 총 2062개 가로등 중 40%에 해당하는 832개를 매일 꺼놓고 있다. 격등제란 도로변에 늘어선 가로등을 한 등 건너 하나씩만 켜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탓에 지난 1월 11일 새벽 5시30분께 남구 대연동 한 교회 앞에서 택시가 도로를 건너던 70대 여성을 치었고, 지난 7일에는 1t트럭 운전자가 부산항대교 아래 화단 공사 현장에 세워둔 트레일러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고 숨지는 사고가 생겼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부주의를 탓하기 전에 안전을 보장하기에 미흡한 교통 환경을 지적해야 할 대목이다.

경찰은 각 지자체에 격등제를 해제하자고 건의하고 있지만 이런 요청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은 대체로 소극적이다. 격등제 실시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남구의 경우 지난해 격등제를 시행한 덕에 7200만 원 상당의 예산 절감 효과를 봤다. 남구 관계자는 "한 해에 가로등을 켜는 데 들이는 현재의 예산 5억2000만 원도 실제로 필요한 액수의 80%에 지나지 않는다. 격등제를 해제하려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예산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용재 남부경찰서 교통과장은 "간단하게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예산난 이야기만 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 공동참여 : 부산광역시,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손해보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