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직매장은 농가가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 와서 진열하고 가격 결정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도시에 매장을 여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농협의 이한열 조합장은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에 매장을 내야 많이 팔리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이 조합장은 대도시에 매장을 내면 물류비가 많이 들고 운영에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자는 조금 더 많이 받고 소비자는 값싸게 살 수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농산물은 5∼8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고 있어 소비자는 생산지 가격보다 3∼5배를 더 주며 사 먹고 있다"며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유통단계를 아예 없애 농산물 가격이 무조건 2분의 1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덕농협은 올해 12억6천만원을 투입해 안덕면 화순로의 현 하나로마트 옆 부지에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지어 6월 말께 개장한다. 직매장 규모는전체면적 1천320㎡, 지상 2층이다. 1층은 판매장, 2층은 작업장과 검사실이다.

직매장은 성수기에 독립매장 형태로 운영하고 비수기에는 하나로마트에서 '샵인샵'(Shop in Shop) 형태로 운영, 인건비 등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하나로마트 담당 부서에서 직매장 운영을 지원하지만 별도의 직매장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준수하고, 10명 내외의 참여 농민으로 직매장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농가별, 품목별 출하 시기 조절과 품목별 조직화 협의 및 조정 등의 기능을 맡도록 할 예정이다.

직매장을 개장하면 농가는 수확에서부터 포장, 진열, 재고관리, 가격관리 등을 모두 맡아서 한다. 농협은 품목별로 10∼15%의 수수료를 받아 직매장 운영에 재투자한다.

직매장에는 엽채류, 과채류, 근채류, 화초류, 건물류, 버섯류 등 농산물과 만두류, 두부 및 묵류, 밥류, 장아찌류, 쨈류, 장류, 가공포장품 등 농산가공품, 닭고기와 계란 등의 축산물 등 80여개 품목을 진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덕농협은 지난 15일부터 로컬푸드 직매장에 참여할 농가를 모집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20여명이 신청했다. 1차 신청을 마감하는 이달 말까지 50∼60명을 목표로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모집 대상은 1천500㎡에서 3천㎡ 정도의 농지를 가진 중소농이다.

참가 신청을 마감하고 나서 직매장 개장 전까지 6단계의 교육 계획도 치밀하게 세워 놓았다.

교육 내용은 로컬푸드의 이해, 무농약 친환경농업 과정, 친환경 GAP 인증 절차,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선진지 견학, 로컬푸드 참여 방법 및 출하 요령, 소포장 및바코드 생성 및 부착 요령 등이다.

안덕농협은 1차로 안덕면과 인근 대정읍 지역을 중심으로 참여 농가를 모집하고2차로 서귀포시 권역, 3차로 제주시 권역 등으로 폭을 넓힐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일반농 200농가, 친환경농 100농가, 65세 이상 고령농 100농가 등 모두 400농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연간 판매 목표액은 약 29억원이다.

참여 농가를 지역별, 품목별로 소그룹화하고 일정 규모의 시설하우스를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생산기반을 조성해 공동 기획 생산, 연중 공급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로컬푸드 직매장을 성공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고일성 상무는 "안덕면에는 재래시장도 없고 상권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주민들이 인근 대정읍이나 중문관광단지, 서귀포시, 제주시 등지로 빠져나가 돈을 쓰고 있다"며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분산된 경제력을 집중시킬 수 있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애초 지하에 기계실, 1층은 판매장, 2∼3층은 목욕탕이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지어 원스톱으로 목욕도 하고 시장도 보고 하는 방식으로 계획했다가 목욕탕까지 하려면 추가로 40억∼50억원이 더 들어가 예산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장기 과제로 남겨뒀다"고 귀띔했다.

그는 로컬푸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참여 농민끼리 약속을 잘 지키고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농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