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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초대석 <40> 부산 출신 프로골퍼 김보경

우승 못한다고 낙담·좌절한 적 없어, 골프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게 중요

  • 국제신문
  • 구시영 기자 ksyoung@kookje.co.kr
  •  |  입력 : 2013-11-07 19:45:08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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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의 여자 프로골퍼 김보경이 지난 5일 부산의 한 골프장에서 드라이버 샷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하 기자
- 지난 6월 대회 5년만에 우승
- 막혔던 속이 확 뚫리는 느낌

- 옆 선수 경기 악영향 줄까봐
- 버디 잡아도 일부러 무표정

- 하루 8시간은 꼬박꼬박 훈련
- '연습벌레'라는 별명 생긴 듯

- 인성 갖춘 박지은 언니 존경
- 30대 초반까지는 경기 뛸 것

골프는 인내력과의 싸움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야 좋은 결실을 맛볼 수 있다. 또 골프는 일관성과 자신감이다. 이들 두 요소는 기본적으로 연습과 훈련의 땀방울에서 우러나온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여자 프로골퍼가 있다. 프로 10년차인 '부산갈매기' 김보경(27)이다.

김보경은 국가대표 선수와 같은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고, 아마추어 시절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하지만 끊임 없는 연습과 남다른 노력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강호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올해 투어에서 5년 만에 2승째를 이뤘고, 바로 그 다음 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 시즌 다승과 2연승 고지에 오른 것은 김보경이 처음이었다.

그가 인고의 세월을 딛고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꾸준함의 힘이자 승리다. 대회 때마다 연습장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퍼트와 샷을 가다듬는 선수가 바로 김보경이었다. 이런 점에서 김보경의 스토리는 다른 스포츠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될만하다.

-현재 투어 상금랭킹 5위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올해 초반기에는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다른 해 같았으면 우울하게 있었을 텐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평소 하던대로 연습을 꾸준히 했다. 지난 5년간 우승이 없었을뿐이지 그런대로 잘 쳐왔다. 우승을 못한다고 해서 체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투어 중간에 공이 잘 안 될 때가 더러 있었지만, 슬럼프라고 여기지 않았다.

-지난 6월 'E1 채리티' 대회(경기도 이천)에서 5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을 때 심정은 어떠했나.

▶막혔던 속이 확 뚫리는 느낌이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후반 라운드로 넘어가면서 우승 예감이 들었다. 고비였던 9번홀(파4) 버디는 아버지(캐디)의 조언 덕분이었다. 당시 티샷 뒤 180야드 정도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하이브리드 클럽을 건네줬다. 그렇게 친 볼이 그린의 가장자리를 맞고 홀컵 옆에 붙어 버디로 연결됐다.

-'연습벌레'로 유명하고, 일명 '독학 골퍼'로도 불린다.

▶하루에 8시간 정도 훈련한다. 프로 데뷔 후 줄곧 늦게까지 남아 연습을 하니 그런 말이 생긴 것 같다. 나는 골프에 재능이 없다. 운동신경도 그리 좋지 않다. 그래서 연습 또 연습, 연습만이 살길이다. 당장 효과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연습을 많이 한 선수가 결국 살아남는다. 선수마다 연습시간이 많고 적고의 차이는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장시간 매달리지 않고 짧게 연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몸에 배었다. 독학 골퍼라는 말은 다소 와전됐다. 공이 잘 안될 때 아는 코치를 찾아가 '원포인트'로 잠깐씩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전담 코치를 따로 두지는 않았다.

-라운드 도중에 버디를 잡았을 때 제스처를 취하거나 환하게 웃는 모습이 없는 것 같다.

▶같은 조에서 라운딩하는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다. 그리고 에티켓이다. 내가 버디를 잡았다고 주먹을 불끈 쥐거나 큰 제스처를 보이면 다른 선수에게 악영향을 주고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요즘 투어는 20대 안팎의 선수들이 주름잡고 있다. 김보경은 '준 노장급'이다. 여자 선수들의 '조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운동을 너무 얽매여서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수가 누구의 얘기나 지시를 듣고 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면서 골프를 즐긴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어 선수들 중 일부는 운동을 너무 의무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투어 대회의 코스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전장'(길이) 또한 길어지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프로는 그런 것을 탓할 게 아니라 극복해 내야 한다. 요즘 투어 선수들은 다 공을 잘 치기 때문에 코스가 조금이라도 까다롭지 않으면 변별력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드라이버 거리가 많이 나지 않아서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골프 '문외한'인 아버지가 9년간 캐디를 맡아왔는데 불편하지 않았나. 그리고 지금까지 부산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처음 1~2년은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괜찮아졌다. 캐디는 코스 정보를 알려주고 클럽 선택, 퍼팅 라인 읽기 등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선수의 몫이다. 캐디를 탓해서는 안 된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를 뛰었다. 고향 부산에서 다니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생각은 없다. (김보경은 아버지가 직접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수도권 등 전국 대회장을 오가고 있다. 대부분의 투어 선수는 이동이 쉽고 대회가 많이 열리는 수도권으로 이사해 살고 있다. 김보경의 후배로 부산에 같이 거주하던 한 선수는 장거리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최근 경기도로 이사를 갔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과거에는 줄리 잉스터였는데, 근래 1명이 추가됐다. 바로 박지은 프로다. 3년 전쯤 박 프로님과 국내 메이저대회에서 동반 라운딩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박 프로님의 인성과 매너에 감명을 받았다. 워낙 유명한 선수라서 다가가기 힘들 줄 알았는데, 인사를 잘 받아주며 격려하고 경기 뒤에는 퍼팅 요령 등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공을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박 프로님의 따뜻한 인성을 느끼고 존경하게 됐다. (줄리 잉스터는 1983년 프로에 데뷔한 미국의 전설적인 여자 골퍼로,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통산 45승과 톱10 진입 213차례의 대기록을 갖고 있다. 박지은은 미국 투어에서 '그레이스 박'으로 활약했으며 통산 6승과 톱10 진입 58차례를 기록하고 올해 은퇴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투어생활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이 길로 들어서 프로골퍼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에는 딱 부러지게 답하기 어렵다. 우선 30대 초반까지는 계속할 생각이다. 그 이후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힘이 닿는 데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 부친 김정원씨 9년간 캐디로 헌신… 딸의 든든한 '수호천사'

   
김보경은 KLPGA 정규투어 선수(110여 명) 가운데 독특한 존재다. 1986년생인 그보다 나이가 많은 투어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지난 9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정규투어 자격을 유지하면서 상위권 성적을 낸 현역 선수는 김보경이 거의 유일하다.

이는 KLPGA 투어 기록에 나타나 있다. 2004년 프로 테스트와 시드전을 한 번에 통과한 김보경은 이듬해 정규투어에 올라온 뒤 연간 상금랭킹이 2005년 29위를 제외하고 모두 20위권에 들었다. 특히 2008, 2009년에는 각각 9위였고 올해는 5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타수에서도 김보경은 2006년(16위)을 빼고 모두 15위권에 올랐다. 2008년 8위, 2010년, 9위, 지난해 10위에 이어 올해는 9위를 기록 중이다. 페어웨이 적중률은 3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1승에 그치고 있었지만, 경기력은 투어 정상급을 유지해온 셈이다.

또 김보경은 투어 대회에 불참하거나 기권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처음으로 기권을 했다. 그 직전 대회인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인천)에서 깊은 러프에 빠진 공을 치다가 손목에 무리가 간 것이다.

이 때문에 김보경은 8일 부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에서 개막된 'ADT캡스 챔피언십'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고향의 팬들 앞에서 플레이를 펼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찼지만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끝내 불참 결정을 내렸다.

그의 아버지 김정원(57·사진) 씨는 골프를 배우거나 친 적이 없다. 그런 김 씨가 성치 않는 몸으로 지난 9년간 딸의 캐디를 맡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김 씨는 지금도 골프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백을 메고 수많은 현장을 다니면서 그린 읽는 방법 등을 체득했다.

김 씨는 "그동안 전국 대회에 보경이와 같이 다닌 이야기를 다 하자면 책 한 권은 족히 될 것이다. 말로 표현 못할 어려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골프장에서 대회 마지막 날 경기를 마친 뒤 차를 몰고 부산으로 내려오는데 너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져서 얼굴에 파스를 붙인 적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프로필

▷1986년 12월 22일생, 신장 165㎝ ▷부산 예문여고·부산외국어대 졸업 ▷2004년 8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입회 ▷2008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첫 승) ▷올해 6월 E1 채리티 챔피언십,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우승(2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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