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불꽃축제가 끝난 지난 26일 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도로변에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 자리다툼에 고성·실랑이
- 136만 인파 수시간 귀가전쟁
- 취객들 주택가서 고성방가

부산지역 대표행사로 자리 잡은 부산불꽃축제의 뒷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질서로 얼룩졌다. 행사지 주변 도로의 극심한 혼잡, 얄팍한 바가지 상혼, 쓰레기 무단투기 등이 난무했다. 대대적인 질서 유지 캠페인에도 나아진 것은 전혀 없었다.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무질서에 행사장 곳곳 '몸살'

지난 26일 오후 7시께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 앞 카페거리. 축제 시작 한 시간 전이었지만, 거리는 돗자리를 깔고 앉은 관람객로 가득 차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주최 측은 행사 2, 3시간 전부터 경찰이 해안가 쪽 인도까지만 자리깔기를 허용해 안전선을 설치했다. 하지만 '돗자리'는 도로변까지 밀고 나와 광안리 주변 도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가 외국인 관람객 유치를 위해 마련한 외국인전용석 주변에서는 진입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는 전용석 안전요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고성이 오갔다. 시민들은 "전용석 내 내국인이 상당수 보인다"며 "시가 특정 시민에게만 특혜를 준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혼란은 밤 9시 행사가 끝나면서 더욱 심해졌다. 136만 명의 관람객(부산시 추산)이 한꺼번에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인근 도로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상당수 관람객들은 갈길을 잃고 밀리는 행렬에 몸을 맡겨야 했다. 경찰은 '우측통행'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일부 관람객이 차도까지 점령하면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몇몇 이면도로는 인도로 변했다. 이 때문에 행사장을 찾았던 차량들은 도로 위에서 인파에 한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도시철도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하지만 경찰이 곳곳에 배치돼 교통을 통제하고 지하철 탑승객을 조절한 덕에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쓰레기 천지에 바가지 상혼까지

인파가 빠져나간 뒤 해안가와 인도 위 곳곳에는 관람객들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로 넘쳐났다. 일부 상인은 하수구에 기름 범벅인 구정물을 버리기도 했다. 환경미화원 박모(58) 씨는 "쓰레기가 워낙 많아 밤사이 다 치우기에 역부족이었다"며 "축제도 좋지만,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드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무질서는 외국인들이 핼러윈 파티를 벌이며 해안가를 돌아다니는 바람에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일부 만취한 외국인들은 주택가에서 고성방가를 하기도 했다.

주변 상인들의 추태도 축제를 엉망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행사 당일 해안가 일부 주점은 입구에 출입 저지선까지 치면서 일반손님의 출입을 막고 예약 고객만 골라 받았다. 일반 손님을 받는 카페 식당들은 테라스 창가 등 소위 '명당' 자리값으로 10만~20만 원 이상을 요구했다. 관람객 박모(35) 씨는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분위기에 취해 바가지 요금을 냈다"며 "무료 쇼 관람비가 20만 원이란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평소 10만 원대인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일반 호텔의 1박 2일 상품이 특급호텔에 맞먹는 50만∼60만 원까지 치솟았다. 노래방은 10명 이상 단체 손님 예약만 받는 데다가 1인당 10만 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이날 남부경찰서는 수영구청과 함께 해수욕장 일대 업소에 대한 단속을 실시해 요금 미게시 업소 14곳을 적발했다. 또 원산지를 속인 무허가 업소와 불량식품 판매업소 10곳, 주차장 내 영업행위 등 용도 변경업소 1곳에 대해 세무서와 구청에 행정조처를 하도록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