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전력 부족으로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가 공공기관 냉방장치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도록해 찜통더위에 근무하게 된 공무원과 민원인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폭염에 직격탄 맞은 공무원
12일 오후 부산 동구청. 냉방장치가 멈추자마자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됐고, 공무원들은 허덕거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컴퓨터 모니터만 보이는 '암흑천지'에서 업무를 봐야 했고 승강기 이용이 제한되자 19ℓ짜리 물통을 옮기던 한 남자 직원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올랐다.
경남도는 커피포트 등 업무와 관계없는 전열기 작동을 금지시켰으며, 승강기도 절반만 가동했다. 울산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사 내 실내등을 끄고 자체 비상발전기를 가동했다. 울산 중구도 점심시간 때 냉장고를 제외한 모든 전자제품의 전원을 껐다.
부산시청 부산진구청 남구청 등 외벽을 유리로 만든 '첨단인텔리전트 빌딩'인 공공기관은 다른 건물보다 기온이 3도 이상 높아 찜질방을 방불케했다. 특히 이날은 청사 내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 연신 부채만 부쳐대는 모습이었다. 창원시는 각종 생활정보와 행정소식을 알리던 전광판 가동도 제한했다.
■찜통 공공기관에 민원인도 당황
갑작스럽게 시행된 절전 대책에 공공기관을 찾은 민원인들은 황당해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북구청을 찾은 임신부 임모(32) 씨는 10여 분간 자리에 앉아 기다리더니 결국 "도저히 못 참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공무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서구청에서 민원인들을 안내하는 일을 맡은 김모(여·46) 씨는 "평소에 냉방장치를 틀어놔도 구청 안이 덥다고 항의하는 민원인들이 많은데 약한 에어컨 바람마저 끊기자 구청직원에게 항의하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시작된 절전이라 특별한 조치를 세울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며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3일만 버티자"…미봉책 쏟아져
이 같은 절전대책이 시행되자 공무원들은 나름대로의 비책으로 더위를 극복하려 애썼다. 얼음 주머니로 머리를 식히거나 쿨매트를 엉덩이에 깔고 앉아 근무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경남도 일부 직원은 집에서 절전형 스탠드를 가져와 전력난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려고 했다. 울산 중구청은 13일부터 직원에게 2ℓ들이 페트병에 물을 얼려 출근하도록 하는 '1인 1페트병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얼음이 금방 녹아 오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 한 직원은 "반바지와 티셔츠 등을 입는 등 더위를 극복할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지 무조건 전기 사용만 금지하면 일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불평했다. 울산시교육청의 한 직원도 "너무 더워 사실상 숨만 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민원인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며 혀를 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