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보 아파트 경매 넘어가
- 세입자 피해 속출할 듯

분양가를 부풀려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부산 경남지역 미분양 아파트를 헐값에 '통매입'한 부동산 '땡처리' 업계의 큰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대출금을 갚지 않아 담보로 잡힌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갔고, 이 때문에 명의대여자와 세입자들이 낭패를 보게 생겼다. 이들이 단돈 10원도 들이지 않고 사들인 아파트는 무려 100세대가 넘었고, 부당대출 금액도 200억 원에 달했다.

부산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31일 부산과 경남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를 이른바 땡처리로 분양받아 통째로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대출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전모(여·45) 씨와 박모(51) 씨 등 부동산 매매업자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대출브로커 3명을 대부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300만 원씩을 받고 대출 브로커를 통해 명의를 빌려준 혐의(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로 주부 김모(여·54) 씨와 회사원 정모(여·35) 씨 등 18명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5월 경남 진주와 통영의 미분양 아파트 85채와 부산 남구 용호동의 미분양 아파트 22채를 정상 분양가의 60∼65%에 매입했다. 이들이 사들인 아파트 대부분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이 되지 않은 대형 규모였다. 특히 이들은 아파트 단지 전체 미분양 물량을 통째로 구입하는 통 큰 행보를 보였다. 이후 전 씨 등은 대출 브로커와 짜고 미분양 아파트를 정상 가격에 매입한 것처럼 '업(up) 계약서'를 작성, 모 축산농협과 울산의 모 새마을금고 등 11개 금융기관으로부터 206억 원을 부정 대출받아 미분양 아파트 구입 잔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차액을 남겼다. 이렇게 구입한 아파트 107세대 가운데 78세대는 재분양이 이뤄졌다.

이들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분양수익금을 신탁회사에 맡기기로 계약을 했지만 신탁회사에 분양금을 납입하지 않는 수법으로 38억98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의 사기 행각에 속아 정상 전세금의 반값에 아파트에 입주한 세입자 16명은 은행에서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집을 경매에 넘기면서 전세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놓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찰은 '업 계약서' 작성 과정에 대출 브로커와 금융기관 직원이 공모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심재훈 부산청 금융범죄수사대장은 "이번 사건은 부동산 악덕 투기의 전형으로, 세입자 등의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미분양 사태에 따른 '부동산 떨이'로 인해 이러한 대출사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