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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회복 프로젝트-무너진 교단 '희망'을 세우자 <2> 중학교가 위태롭다

'시한폭탄' 학생도 , 교사도 스트레스… 상호교감은 엄두 못내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3-05-09 21:12:3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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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의 한 중학교 교무실에서 교사들이 교무회의를 열고 있다. 중학교는 학생생활지도가 힘들고 업무 부담도 높아 교권침해의 위험도 가장 높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급식시간 소란피우는 학생
- 제지하니 욕하며 대드는 등
- 교권침해사례 중학교 최다
- 교원 명퇴비율도 가장 높아

- 아이들은 학업에 억눌리고
- 선생님은 잡무에 붙들린채
- 성장기 인성교육 언감생심

"급식시간에 소란을 피우고 다른 아이의 음식을 뺏는 학생이 있어서 제지했습니다. 그 학생은 그 자리에서 'XXX'라고 욕설을 하며 대들지 않겠어요. 점심시간이 끝난 뒤 학생을 생활부로 불러 왜 욕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선생님들은 그런 행동을 해도 그냥 넘어가는데 갑작스럽게 제지를 당하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고 학생은 대답했어요. 진지하게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돼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는 맞벌이 직장생활로 바빠 오지 못하겠다고 하질 않겠어요. 귀찮아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생이 무서워요"…위축된 교권

   
교단 경력이 20년으로 지난해 생활지도부장을 맡았던 부산 해운대구의 A중학교 박명숙(가명) 교사가 몇 개월 전 일이라며 들려준 사례다. 박 교사는 "생활지도부장이던 지난해 한 신참 동료 여교사는 내게 와서 '학생들의 욕설이 심하고 통제도 어려워 무서움까지 느낀다'며 울면서 호소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B중학교의 경력 2년 차인 한 여교사도 "학생들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훈계를 듣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하는데 그런 때는 솔직히 위협감과 함께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생활지도에 따른 교사의 스트레스, 교원의 명예퇴직 비율, 학교폭력 등 많은 영역에서 초·중·고 가운데 중학교는 가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각종 통계자료도 이를 보여준다. 부산시교육청이 초·중·고 학생징계대장을 토대로 조사한 교권침해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는 총 577건. 이 가운데 중학교가 309건으로 가장 많다. 고교는 266건, 초등교는 2건이다.

중학교의 309건을 유형별로 따지면 욕설·폭언이 156건으로 가장 많고 수업방해가 95건, 지도불응 등 기타 30건, 학부모에 의한 것이 3건이다. 부산시 김길용 교육의원이 2011년 11월 중학교 여교사 1066명을 포함해 부산 시내 초·중·고 여교사 309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교직의 애로점'을 묻는 문항에 '학생생활지도'라고 답한 비율은 중학교 여교사가 57.4%였고 초등교는 54.8%, 고교는 45.4%였다. 중학교 교사가 학생생활지도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이 여기서도 확인되는 셈이다.

■명퇴·교권침해 등 가장 높아

이런 현실은 교원의 명예퇴직비율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2011년 명예퇴직한 부산의 초·중·고 교사는 모두 328명이고 지난해는 436명이었다. 여기서 중학교 교사는 2011년 96명에서 2012년 145명으로 51%나 늘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47.7%, 고교 교사 6.7%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역시 중학교의 비중이 가장 높다.

대체 왜 이런 것일까.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중학생들이 너무 큰 짐을 지고 있어 스트레스가 과도하다는 점. 둘째 중학교 교사도 마찬가지라는 점. 셋째, 이런 이유 탓에 중학생과 중학교 교사들이 학교에 함께 있어도 가슴을 열고 서로 만날 시간이 너무나 모자란다는 점이다.

부산시교원단체총연합(부산교총) 교육정책연구소 이채주 정책국장(연천중 교감)은 "민감한 성장기에 있는 중학생들에 대해 가정이나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학생과 교사가 교감하기 힘든 현실도 어려움"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학기 초인 3월과 4월에 바람직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5월쯤이 되어 이것을 바로잡으려 해도 시기가 늦어버리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신중 이화숙 교사는 "육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기인 중학생들이 아침부터 6, 7교시까지 수업만 받다가 하교하자마자 학원으로 가야 하고 교사는 교사대로 각종 연수나 쏟아지는 교육정책, 교사·학교평가, 잡무 등에 묶여 서로 깊이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멀어진 틈새에서 교권침해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두발·복장·등하교·학업·사교육 등 초등생 때와는 전혀 다른 현실에 맞닥뜨린다.

현재 부산의 중학교에서는 월~금요일 중 이틀은 7교시 수업, 3일은 6교시 수업이 일반적이다. 6교시만 하는 날에도 방과후수업이 있다. 학교를 마치면 대부분이 곧장 학원으로 달려가고, 저녁 늦게 집으로 가도 부모와 대화를 나눌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해결 쉽지 않은 현실의 벽

올해 교단 경력 3년 차인 동구 C중학교 김정태 교사는 피부로 느끼는 현실을 이렇게 들려줬다. "교육부에서는 아침 조레시간을 20분 이상 확보하라고 하는데 그 시간은 명상의 시간, 독서, 영어단어 외우기 같은 프로그램과 겹친다. 오후 종례시간이 30분 정도 주어지는데 그 시간에는 전달사항을 말해주고 교실청소까지 해결해야 한다. 종례 20분 뒤에는 바로 방과후수업이다. 학교를 마치고 아이들과 상담을 하려고 해도 아이들은 학원에 가야 한다. 부모나 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게 하루 일정 마치고 학생을 학교에 잡아놓는 것이다. 학원갈 아이를 왜 학교에 잡아놓느냐고 항의하는 학부모도 꽤 있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교권침해가 일어난다고 본다."

교사 4년 차인 또 다른 남성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폭력적인 행동이나 부모의 잦은 항의 탓에 교권이 침해받는다고 느낀다"면서도 "그렇지만 교사들이 숱한 서류작성, 잡무, 연 120시간을 웃도는 연수를 받다 보면 점심시간까지 쪼개서 회의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학생들, 이런 학생들을 교사들이 제대로 만나기 힘든 현실. 통제가 안 되는 학부모. 이런 상황에서 중학교의 교권은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 "하루 30분도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 없어"

■ 중학교 교사의 하루는?

- 아침조례 명상·독서와 겹치고
- 종례시간엔 청소한다고 바빠

중학교의 하루는 보통 오전 8시30분 조례로 시작한다. 부산 사상구에 있는 A중학교의 경력 3년 차 한동민(가명) 교사는 "오전 9시10분까지 조례시간이 주어지지만 이 시간이 명상의 시간이나 아침독서 등과 겹쳐 언제나 빠듯하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어떤 강연에서 고참 교사가 아침조례시간 30분만 보장해주면 학교폭력은 없앨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들었는데 그런 점을 생각하면 아쉽다"고 말했다.

월~금요일 가운데 월·화·수는 6교시, 목·금은 7교시까지 한다. 한 교사의 경우 6교시를 마치고 종례를 끝내면 오후 3시30분 7교시를 마친 뒤 종례를 하면 오후 4시30분쯤 된다. 종례시간이 30분가량 주어지지만 이 시간에 청소까지 해야 해 학생들과 교감하는 데 15분을 할애하기도 쉽지 않다. 점심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교사회의를 할 때도 잦다.

이 학교는 부산시교육청이 지원하는 학업증진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어, 방과후에 가정의 학업환경이 좋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오후 8시까지 자기주도학습시간을 운영한다. 교사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한 달에 두 번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주도학습을 감독한다.

한 교사는 "원격연수를 연 120시간 이상 들어야 하고 각종 공문기안 같은 일이 많다 보니 수업과 교재 연구에 충분히 시간을 쓰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수업을 재미있게 하려고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동영상 음악 유행어 등을 넣어 수업자료를 만드는 데 그럴 때는 새벽 1, 2시까지 못 잘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월 개학하고 학생들과 개별 면담을 시작했는데 5월인 지금까지 반 전체 28명을 다 만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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