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발전 정지 사태를 일으킨 고리원전 4호기의 증기발생기 이상신호 원인은 2년 전 정비인력이 실수로 두고 간 '작은 자석'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의 실수로 지난 4일 발전을 멈춘데 이어 또다시 직원 실수로 발전이 중단돼 원전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높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16일 고리 4호기의 증기발생기를 점검한 결과 지름 4㎝가량의 불필요한 자석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원형 모양의 자석이 움직이면서 금속관과 수시로 부딪혀 이상신호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고리원전은 지난 11일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감지된 이상신호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14일 오전 9시께 발전을 정지하고 정밀 점검을 벌여왔다. 증기발생기는 원전 내 터빈발전기를 회전하는데 필요한 증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열교환기 역할을 하는 장치다.

문제의 자석은 2년 전 정비 인력이 공구를 부착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증기발생기 금속관에 단단히 붙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력이 약해졌다. 결정적으로 지난 4일 고리 4호기의 스위치 야드(일종의 변전기) 건설 작업 중 외부 전류 입력선 문제로 자동 정지할 때 충격을 받아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수원은 현재 자석을 제거하고 증기발생기의 내부 안전 영향을 정밀분석하고 있다. 분석이 끝나는 대로 점검 및 평가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고 재기동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증기 발생기 규모와 비교하면 자석이 워낙 작다 보니 마지막 점검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작은 문제라도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일이 없도록 안전 최우선을 위해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고리 4호기는 지난 3일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발전을 재개해 출력을 올리던 중 주변압기를 보호하는 계전기가 동작해 4일 발전이 중단(본지 지난 5일자 8면 보도) 됐다. 당시 발전 정지는 한전에서 관리하는 스위치 야드 건설 중에 연결한 보호용 계전기의 전류 입력선이 잘못 연결돼 발생했다. 재정비를 거쳐 지난 10일 다시 발전을 시작했지만 하루 만인 11일 증기발생기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돼 14일 발전을 재차 정지하고 정밀점검을 받았다. 고리 4호기는 95만 ㎾급 가압경수로형 원전으로 1986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오는 2025년 가동유효기간이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