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도 자식인데 장모님 봉양하는 게 당연한 도리 아닐까요."

전용복(61)씨가 전남 영광군 군남면 백양리에서 장모 김순님(84)씨를 모시고 함께 산 지도 어느덧 8년째.

전씨는 아내와 함께 8년 전 처남과 함께 살고 있는 장모의 집을 찾았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의 요양 때문이었다.

아내는 시골의 좋은 공기 덕분에 조금씩 기운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5년 전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처남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에게는 사위만 곁에 남게됐다.

장모는 수십 년 전 남편과 사별했고 5남매를 뒀지만 모두 먼저 세상을 떠났다.

"설마 사위가 자식도 힘들다는 치매 노인 봉양을 하겠느냐"는 주위의 시선과는 달리 전씨는 장모의 곁에 남았다.

대전에 집과 아들, 며느리가 있었지만 치매에 걸린 장모를 돌보기로 했다.

2천여㎡ 남짓한 텃밭을 가꾸며 아들이 부쳐주는 용돈과 장모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지, 거동조차 힘든 장모의 수발을 들었다.

장모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일을 하러 나갈 때면 경운기에 태우고 집을 나섰다.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집을 잠시 나설 때도 휠체어에 옮기는 번거로움을 견뎌내야만 했다.

예순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모의 손발 역할을 해온 전씨의 정성 덕분에 치매 증세는 다행히 다소 호전됐다.

남편과 자녀들을 기억조차 못하는 장모는 오직 사위만 뚜렷하게 기억한다.

전씨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대전에 짐을 챙기러 가려는데 '자네도 가려고'라며 물으시던 장모님의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시설에 맡기는 것보다 사위가 돌보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을 이장 김윤섭씨는 "자식도 치매 걸린 부모는 모시지 않으려는 판에 사위가 장모를 모신다는 게 대단하다"며 "아들과 며느리에 의지해 편하게 살 수 있는데도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