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서류심사 위주 점검
- 장비 단가 부풀려 허위 작성
- 자금 유용해도 확인 어려워
- 사업 접으면 환수 쉽지 않아
- 비리 적발 후에 사업 재허가
- 봐주기식 관리감독도 문제
마을기업의 보조금 유용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은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제도적 문제점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문제는 사후정산 체계 등 운영상 허점이다. 마을기업은 당국의 지정을 받으면 첫해 5000만 원, 다음 해 3000만 원 등 8000여만 원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다.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 절반씩으로 충당된다.
문제는 보조금이 지급되면 사후정산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가 중간에 유용을 하는 등 비리를 저질러도 사전 대처가 어렵다. 또 대체로 서류위주로 점검이 이뤄져 단가 부풀리기 등 비리가 발생해도 적발이 힘들다.
보조금 통장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비리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번에 적발된 남해군 마을기업의 경우 법인 통장에 해당 사업 보조금 외에 마을과 관련된 각종 공금이 함께 입출금 되는 등 자금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마을기업 보조금이 다른 사업자금으로 전용되도록 사실상 방치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군은 이 같은 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조금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되지 않는 것 역시 보조금 비리를 키우고 있다. 남해군 마을기업은 카약 등 해양레저 체험사업이 전문성을 요한다며 민간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운영을 맡겼다. 그러자 이 업체는 남의 카약을 새로 구입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따로 챙기는 등 위법을 저질렀다. 마을주민을 서류상 대표로 두고, 제멋대로 전횡을 휘둘렀지만 이를 제대로 통제할 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마을기업은 "잘만 이용하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마을기업 운영자가 사업을 접으면 보조금을 돌려받기 힘들다는 것도 개선점으로 지적된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장애인 보장구 수리 사업을 하던 C 씨는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회사 문을 닫고 잠적해 버렸다. 해운대구가 수사를 의뢰해 검찰이 신병을 확보했지만 이미 지급된 4486만 원의 보조금을 돌려받을 길은 현재로선 막막하다. C 씨의 다른 재산이 없다면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공탁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보조금 환수가 쉽지 않다. 대체로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리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봐주기식 관리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의령군은 D법인의 비리를 적발하고도 환수통보 외에 다른 행정조처를 내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보조금을 되돌려 받는다면 주민의견을 들어 다시 사업허가를 내주는 것을 검토해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농촌마을의 경우 공동체 의식이 강한 데다 감독기관과 주민들의 친밀도가 높아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마을기업에 대해 상시 감독체제를 갖추는 한편 위법사실이 발각되면 적극적인 보조금 환수와 함께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는 등 사후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대부분 경영이나 회계 등에 지식이 없어 비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차이
마을기업은 주민들이 주체가 돼 공동체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사업(커뮤니티 비즈니스)을 벌인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과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형성해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할 기회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운영된다. 예비 사회적기업(2년)과 사회적기업(3년)을 합쳐 최대 5년간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독립한다. 사업 영역은 제한이 없다.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