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사람은 부산을 무엇 때문에 좋아할까. 싫어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의 직할시 승격 50주년인 새해를 맞아 부산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부산이 좋은 25가지 이유' '부산이 싫은 25가지 이유'를 주제로 설문 및 대면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평상시는 미처 몰랐던 재미 있는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이런 점들은 부산 관련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 좋다
부산 사람은 부산이 좋은 이유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날씨'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도시임을 말한다. 이 때문에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기후 때문에 여름과 겨울에도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부산과 기후가 비슷한 곳으로는 제주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여름에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춥다. 체감 기온이 부산보다 낮은 셈이다. 이 때문에 겨울 골프는 부산이 최적지로 꼽힌다. 여름에는 전국 피서객이 가장 많이 모인다. 바다가 있어 시원하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해수욕장인 해운대가 있고, 송정과 광안리, 송도해수욕장도 해운대 못지 않다. 부산 사람은 이런 해수욕장을 자랑스러워 했다. 여름 내내 부산 해수욕장에는 1000만 명이 다녀간다.
부산은 바다 외에도 금정산, 황령산, 구덕산 등 아름다운 산이 지천에 널렸다. 낙동강과 수영강 등 큰 강도 산·바다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부산 사람은 이런 바다와 강·산을 끼고 있는 국제 항구도시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자연과 어우러진 야경 또한 부산 시민의 자부심으로 확인됐다. 해운대구 달맞이언덕에서 바라보는 청사포의 달밤은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는 최적의 장소로 꼽혔다. 전국적인 명소가 된 광안대교 야경은 두말하면 잔소리. 특히 황령산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귀한 손님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으로 내세웠다.
시민들은 아늑한 분위기의 송도해수욕장 역시 부산이 좋은 이유로 선택했다. 영도 봉래산에서 내려다본 부산항의 모습 또한 부산 시민의 자부심이었다. 부동산 컨설팅사 고고넷 정두천 대표는 부산항 야경을 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고 표현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이용해 개발한 갈맷길과 하천 정비도 시민의 자랑거리였다. 갈맷길은 아름다운 경치를 따라 난 산책로이다. 본지가 이를 기획하고 부산시가 이를 뒷받침해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갈맷길을 가꿔가고 있다. 특히 이기대와 영도 등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갈맷길은 명품 산책로로 평가 받기에 손색이 없다. 이제 부산하면 갈맷길이 떠오를 정도로, 제주도 올레길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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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야류 제대각시탈
(왼쪽),수영야류 종가도령탈
이진우 인턴기자 |
시민이 부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 또 다른 것은 도시 규모에 비해 저렴한 물가로 나타났다. 부산은 규모가 큰 서울보다는 말할 것도 없고, 비슷한 인천이나 대구보다 물가가 싸다. 따라서 "큰돈이 없어도 살 만하다"고 평가했다. 집값은 인근 창원과 비교해 비싸지 않을 정도다. 음식값 역시 비슷한 규모의 도시보다 싼 편이다. 음식은 저렴해서도 좋지만 종류도 다양해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을 어디서나 가까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부산에 사는 장점으로 지목했다. 부산변호사회 황주환 변호사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돼지국밥, 밀면집이 있을 정도다. 부산에는 커피전문점보다 돼지국밥, 밀면집이 더 많다"고 소개했다.
술안줏거리가 풍성한 것도 부산에 살고 싶은 이유였다. 특히 40, 50대 남성이 이런 점을 '부산 사는 맛'으로 지목했다. 하이투자증권 홍보팀 손준호 차장은 "신선한 회를 맘껏 즐길 수 있어 부산이 좋다. 이 외에도 장어구이, 동래파전, 해물찜, 조개구이 등 각종 술안주가 풍성하다"고 말했다.
국립대학이 많아서 좋지만 전국 최상위권 대학이 없는 점은 싫은 이유가 됐다. 부산대와 부경대, 한국해양대, 부산교대 등 전국에서 국립대가 가장 많은 곳이지만 전국 대학 순위 10위 안에 드는 곳은 한 곳도 없다. 20위권에 부산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다. 택시 잡기 편하고, 구수하고 정겨운 사투리, 사직 야구장이 있어서 좋다는 응답도 25위 안에 포함됐다. 차량으로 1시간 내에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고, 대리운전을 편하게 부를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산이 싫다
부산이 싫은 이유로는 훌륭한 지도자가 없고 보수적 의식이 강하다는 등 정치적인 면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부산 사상) 의원이 대권에 도전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밀렸다. 서울대 안철수 교수 역시 부산 출신이지만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미국으로 떠났다.
시민은 비전과 경륜, 덕망을 골고루 갖춘 지도자가 없음을 안타까워 했다. 부산은 새누리당 위주의 일방적 지지로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는 점도 지도자가 없는 이유로 꼽았다. 참신한 인물이 나오기 힘든 점은 텃세가 심하다는 원인도 작용한 듯하다. 외부인을 주류사회에 끌어들이지 않는 폐쇄적 풍토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이 싫은 이유에는 경제적인 측면도 강하게 작용했다. 먼저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과 부산은행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젊은 사람이 적다. 좋은 직장을 찾아 전부 수도권으로 가버린다.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임금 또한 낮은 수준이다. 임금이 낮으니 도시의 활력이 부족하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사실은 연쇄 작용을 일으켜 지역 경제를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부산에서 운전을 배우면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떨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난폭운전이 심하다는 사실을 빗댄 말이다. 산복도로는 많은데 부산 시민의 운전 스타일은 자동차 경주 선수 같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야수로 돌변한다. 버스 기사는 승객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아 버린다. 회사원 황유진(26) 씨는 "방향 지시 신호를 넣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고, 신호를 넣어도 끼워주지 않는 운전자가 많다. 물가가 싸고 주거환경이 좋아 살기 좋지만 운전하기는 최악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문화·의료시설이 부족한 점도 단점으로 거론됐다.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없다'는 의견은 좋은 놀이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좋은 대학이 없다는 점도 부산이 싫은 25가지 이유에 포함됐다. 그러고보니 부산에는 없는 것도 많다.
◇ 좋은 이유 25
1.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2.바다와 강·산을 끼고 있는 국제 항구도시
3.불꽃놀이 등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은 광안대교
4.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려서 좋다
5.산복도로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관광자원이 되고 있는 점
6.유명 해수욕장 즐비
7.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8.국립대학이 많다
9.택시 잡기 편하다
10.외부로 나갈 때 편하다.공항 고속터미널 철도 모두 한 시간 이내 접근 가능
11.술안줏거리가 풍성하다
12.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을 어디서나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
13.자갈치 아지매로 대변되는 인심
14.활기차다
15.구수하고 정겨운 사투리
16.외부 문화를 쉽게 받아들인다.
17.저렴한 물가
18.물건이 다양하고 싼 쇼핑시설이 많다.
19.사직 야구장과 롯데자이언츠
20.골프장이 가깝다.
21.잘 정비된 도심하천
22.명품 산책로 '갈맷길'
23.대리운전 이용하기 편리하다.
24.주거 여건이 좋다
25.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였음이 자랑스럽다.
◇ 싫은 이유 25
1.보수적인 정치의식
2.지도자가 없다.
3.도시 에너지가 약하다.
4.문화 자원이 빈약하다
5.전국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사회
6.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
7.아이를 데리고 갈 만한 곳이 부족하다.
8.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많다
9.낙후된 문화시설
10.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관광지가 없다.
11.출퇴근 차량 정체 심각
12.주차장이 부족하다
13.말보다 주먹이 앞선다
14.법보다는 떼쓰기
15.텃세가 심하다.주류 사회 끼기 힘들다.
16.젊은 사람이 적다
17.운전이 험하다.
18.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19.종합 순위 10위권 내 대학이 없다
20.공무원 업무 수준이 낮다.
21.유료도로가 많다.
22.시민 공원이 적다
23.도심 공동화 심각하다
24.동서 간 불균형
25.믿을 만한 병원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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