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춤을 춰라! 스승 흉내만 내는 건 잔재주고 원숭이나 하는 짓이다. 네 춤을 춰!"

부산의 원로 명무(名舞) 김진홍(78·부산시무형문화재 제14호 동래한량무 보유자) 선생은 젊은 날 스승들에게서 이렇게 배웠다고 했다. 긴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춤은 어느 누구의 유파도 아닌 김진홍류 춤으로 우뚝 서 있다. '김진홍스타일'이다.

봉사와 사랑 부문에서는 '이태석스타일'이 부산에서 싹텄다. 고 이태석 신부의 고향 단짝 친구인 석도제(51)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는 이렇게 전한다. "태석이는 부산 서구 남부민동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다. 자기네 집도 넉넉지 않았는데 동네의 복지시설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 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모아 자주 봉사활동을 다녔다." 남부민동 달동네에서 싹튼 이태석스타일은 수단의 가난한 마을 톤즈에서 꽃을 피웠다. 2001년 일본 도쿄에서 전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다 자신을 희생한 고 이수현의 마음과 어딘지 닮아보인다. 울산 태생의 이수현은 부산의 낙민초-동래중-내성고를 나왔다.

'최동원스타일'은 부산 사람의 가슴을 유난히 밝게 비춘다. 1984년의 최동원은 감독 지시 한마디에 팀을 위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 3, 5, 6, 7차전에 등판해 4승을 따냈다. 덕분에 그는 전무후무의 레전드가 됐지만 후유증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고 지난 2011년 9월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향년 53세.

선배 최동원이 의리를 지키다 그토록 험난한 길을 걸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인터뷰에서 "부산사나이라면…무엇보다 의리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여전히 천연덕스레 말하는 이대호는 어떤 스타일이라 해야 할까?

부산 사람이 유난히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이 모든 스타일들을 뭉뚱그려 '부산스타일'이라 하자. 하나는 분명해졌다. 모름지기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멋도 나고 흥도 난다. 이런 색색의 스타일들이 뜻있는 것이라고 시민이 받아들이고 공유하게 되면, 이 도시에는 생기가 파릇파릇 돋을 것이다.

새로 밝은 2013년 계사년은 부산스타일을 찾아내고 가꾸는 출발점으로 삼자! 이제 도시도 더 선명한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부산은 이게 더더욱 필요하다. 부산은 1963년 직할시(경남서 독립, 한국 제2도시 지위 부여)로 승격했고, 1995년 기장군을 흡수해 지금의 광역시가 됐다. 2013년은 부산이 직할시 승격 50주년을 맞는 해다.

50주년이란 시점은 지나온 50년 역사를 간추리고 앞으로 맞이할 새 5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한국 제2의 도시로서 부산의 지난 50년은 숨가빴다. 시민의 희생과 열정 덕분에 그 숨가쁜 혼란 속에서도 발전이라는 방향은 놓치지 않았다. 센텀시티에는 세계인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첨단의 초고층 건물과 컨벤션센터, 문화시설이 줄줄이 들어섰다. 동시에 산복도로와 원도심에는 사람냄새 물씬 나는 정감 어린 공간이 숨 쉬고 있다.

부산권에는 미래를 향한 지식발전소격인 4년제 대학이 15곳, 전문대가 9곳 있는데 동시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래식 지식창고격인 보수동책방골목도 있다. 부산항은 한국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핵심통로이면서 동시에 세계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요한 입구다. 이런 식으로 분류하면, 2013년의 부산은 이야깃거리가 많은 도시다.

이렇듯 자원을 갖추고도 아직도 '부산만의 스타일은 무엇인가'라는 자문 앞에 간추린 답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딘가 체계가 덜 잡히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이 부산스타일을 발굴하고 이 도시에 입히는 것이다. 도시든 사람이든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파도처럼 상쾌하게 출렁거릴 수 있다. 이건 지난해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 하나로 세계를 돌며 이미 증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