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산신항 부산 신항만(PNC) 부두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컨테이너 수송 차량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정부와 입장차만 확인
- 차량파손·운행 방해 등 조합원 불법행위 잇따라
- 울산 방화범 등 체포 조사
- 북·신항 군위탁車 추가 투입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인 27일 정부와 화물연대 측이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교섭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오후 과천 국토부 청사 별관에서 화물연대와 1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파업이 계속되면서 물류 피해는 점차 가시화하고 있으며 파업의 형태도 과격해져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화물연대 부산본부는 이날 오전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부두 입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5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집회 후 2.5㎞ 떨어진 유니온스틸 앞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반대 차선에서 운행하고 있는 컨테이너 차량 운전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디지털카메라로 차량 번호판을 찍었다. 흥분한 일부 조합원은 유리창에 달걀을 던졌고, 컨테이너 차를 몰고 와 왕복 6차로 도로를 1분 정도 가로막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이날 처음으로 새총이 등장했다. 남구 일대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트레일러에 볼트가 날아와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경찰 집계 결과 부산에서만 차량 파손 4건, 운행 방해 2건, 호송 요청 41건, 계란과 돌 투척 3건 등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총파업 후 불법행위 30건이 발생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파업 전날 발생한 연쇄 방화 사건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부산에 거주하는 30대 A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A 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화재 당시 현장에 있던 2명을 본 목격자를 확보해 몽타주를 작성 중이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비조합원의 트럭 유리창을 둔기로 부순 뒤 폭행까지 한 경남지부장 이모(44) 씨를 체포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부산항 북항과 신항의 물류 흐름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이날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2만33TEU(6m짜리 컨테이너 기준)로 평소의 50.2%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항만당국은 군 위탁차량 55대를 투입한 데 이어 신항 배후물류부지 업체들의 요청으로 11대를 추가로 배정했다. 부산항만공사(BPA) 관계자는 "부두 장치율이 화물연대 운송 거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5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 권도엽 장관은 이날 오후 부산신항만(PNC)을 찾아 군 위탁 운송차량 기사들을 격려한 뒤 "화물연대 운송 거부가 조기에 종결될 수 있도록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화물운전자들의 파업 참가를 막기 위해 운송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을 약속했지만 협조 공문을 파업 이틀째인 지난 26일 뒤늦게 한국도로공사에 발송, 일부 화물운전자가 불이익을 당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