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문을 연 영남권 유일의 알뜰주유소인 경남 통영시 도산면의 알뜰주유소에서 자가 운전자가 기름을 넣고 있다. 박현철 기자

- 국도 14호선 통영 도산면 위치, 황금노선에 휘발유 1800원대
- 이틀 시범운영에 320대 몰려 인근 주유소 '개점휴업' 울상

영남권 유일의 알뜰주유소가 16일 문을 열었다.

경남 통영시에서 고성군으로 난 국도 14호선의 도산면 관덕삼거리 인근에 도착하면 유독 차들로 북적이는 주유소가 있다.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시작한 알뜰주유소다. 이 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로부터 비교적 싼 값에 기름을 공급받아 셀프주유소로 운영된다. 이런 알뜰주유소는 지난해 연말 경기도 용인시에 1호점이 문을 연 데 이어 현재까지 전국 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날 오픈식을 가진 알뜰주유소는 점심시간대인데도 '휘발유 1895원, 경유 1725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자가운전자 이재영(43) 씨는 "다른 곳보다 싸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와 봤는데 시내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가량 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주유소는 앞서 이틀간 시범 운영했다. 첫날은 100대에 그쳤지만, 다음 날은 220대로 늘어났다. 오픈식 당일에는 오전에만 200대를 돌파하는 등 '기름값이 싸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용 차량은 급증가 추세다.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www.opinet.co.kr)을 보면 이 주유소는 경남 관내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평균 가격인 1973원보다 78원이 싸고, 통영에서 가장 비싼 도남동의 모 주유소보다는 143원이나 저렴하다. 알뜰주유소 안해균 사장은 "한국석유공사가 최저입찰제를 통해 싸게 기름을 사들여 공급하기 때문에 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며 "이윤 폭을 줄이는 대신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알뜰주유소에는 고객이 몰리는 반면 인근 주유소는 썰렁한 분위기다. 이용 차량이 거의 없어 개점 휴업상태다. 국도 14호선은 알뜰주유소 인근에만 10여 개의 주유소가 밀집하고 있을 만큼 황금노선이었다. 하지만 진주~통영고속도로와 거제~부산 거가대교 개통 이후 교통량이 줄면서 주유소마다 영업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알뜰주유소 개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알뜰주유소가 일반 자영주유소의 퇴출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통영지역 일부 주유소 관계자들이 알뜰주유소를 항의방문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는 내달 말까지 전국에 70개 이상의 자영주유소가 알뜰주유소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주유소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