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들 "지나친 왜곡" 주장, 감독 "90%실화, 10% 허구"

	20일 부산의 한 영화관에서 '부러진 화살' 을 관람하러 온 시민들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의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 초반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법원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영화 '도가니'사태가 재연되진 않을까 우려하며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영화를 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제 판결과정과 영화 속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가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러진 화살'은 개봉 첫날인 18일 245개 상영관에서 3만203명을 동원한데 이어 19일 4만4976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누적 관객 9만 명을 넘어서며 설 연휴 극장가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당시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서도 관련 뉴스가 연일 다뤄지면서 영화를 본 시민들의 논쟁도 활발하다. 네티즌들은 "과연 '사법정의란 무엇인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사법부에 직격탄을 쏘는 영화다"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은 "김 전 교수가 당한 억울함과 절박함을 공감하면서도 영화 전체에 감도는 법에 대한 태도와 시각에 대해서는 우려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선 법원 판사들은 영화 '부러진 화살' 개봉 이후 사법 불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달 초 석궁 테러 사건의 쟁점 사항들을 정리한 해명 자료를 각 법원 공보관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는 부러진 석궁 화살이 증거물로 제출되지 않은 이유와 화살이 옷을 관통했는지 여부에 관해 영화 속 내용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사건 경위의 차이점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실을 지나치게 왜곡해 오해의 소지가 많은 영화"라며 "피고인인 김 전 교수의 시각에서 제작된 것인데다 영화적 허구가 가미됐는데 시민들이 오해를 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의 주인공과 법원 측의 날선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당시 김 전 교수의 변론을 맡았던 박훈 변호사는 영화 개봉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리얼리티에 대한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재판 장면만 놓고 보면 거의 실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정지영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90%의 실화를 바탕으로 10%의 허구를 가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석궁 테러 사건

대학입시 수학시험 문제의 오류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2007년 1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를 석궁으로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 김 전 교수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지난해 1월 만기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