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검찰의 진정 사건 수사를 거부하는 일선 경찰서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검·경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사정이 이렇게 전개되자 부산지검은 아예 경찰에 탄원이나 진정 사건에 대한 내사 지휘를 내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부산지검은 최근 간부회의를 소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무릇 수사라는 것은 머리를 맞대고 전력을 다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 쉽지 않은데 아예 이를 거부하는 경찰에 사건을 맡길 수 없다"며 "최근 경찰의 대응으로 국민만 피해를 입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이에 따라 검찰청에 접수한 탄원이나 진정 사건을 자체 수사 인력이 맡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법에 규정된 고소·고발 사건은 관례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일 대구 수성경찰서가 검찰의 내사 지휘를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한 데 이어 대구 성서경찰서, 인천 중부·부평경찰서, 전주 덕진경찰서, 대전 대덕경찰서, 충북 음성경찰서가 같은 조처를 취하는 등 4일 현재 검찰이 내사 지휘한 사건을 접수하지 않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지검의 이 같은 결정은 검·경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광주지검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경찰에 대한 내사 지휘를 보류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 수사 지휘를 전담하는 수사지휘전담부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으로 결론을 내리기로 한 가운데 이미 초임 검사들에게는 수사 지휘를 맡기지 않고 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초임 검사에게 수사 지휘를 맡기지 않는 것은 그동안 검사에 따라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있어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이를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안 시행과 관련한 갈등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