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청 "단속권한 없다" 수수방관
- 부산 대표축제 이미지만 먹칠
부산세계불꽃축제가 열린 지난 22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김희광(40·경남 김해시) 씨. 가족과 함께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김 씨는 광안대교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야외 테라스 자리 요금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10만 원 정도의 가격을 예상했지만 업주는 4인석에 44만 원을 요구했다. 김 씨가 "인원이 세 명인데 비싸다"고 항의하자 업주는 "29일 메인행사 때는 이보다 비싼데도 예약이 다 됐다"고 말했다.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백사장으로 향했지만 비에 젖은 모래에 앉을 수도 없고 날씨마저 쌀쌀하자 김 씨는 인근의 다른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곳에서도 한 사람당 7만 원을 요구했다. 화가 난 김 씨는 업주와 실랑이를 벌였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부산세계불꽃축제가 올해로 7회째를 맞이했지만 바가지 요금 시비로 인한 짜증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돼 부산대표 축제라는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들뜬 마음으로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은 기분만 망치고 돌아가기 일쑤지만 관할 지자체는 단속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불꽃쇼가 진행되는 22일과 29일 1박에 50만~70만 원대에 이르는 호텔 방은 일찌감치 동이 났고, 1인당 7만~10만 원 하는 식사 예약은 식사비를 선불로 지급하거나 4인을 채워야만 예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평상시 가격의 2~3배에 달하는 요금이지만 메인불꽃쇼가 열리는 29일 당일분 예약은 이미 모두 완료됐다.
터무니없이 높은 요금에 음식점 마다 손님과 주인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무리 불꽃축제 특수라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는 손님의 말에 업소 측은 "다른 데 가도 마찬가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광안리 해변 앞 레스토랑 업소 주인 김모(46) 씨는 "올여름 잦은 비로 성수기 특수를 놓치는 바람에 불꽃축제를 기대한 상인들이 많다"며 "비싸더라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청 관계자는 "업소의 요금은 자율이라 구청에서는 단속 권한이 없다"며 "다만 업체에 음식가격 및 숙박요금을 고지하도록 하고 자정노력을 요구할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 같은 바가지 요금이 해수욕장과 가까운 일부 상권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체 영업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어 관할 지자체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YMCA 시민중계실 황재문 간사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외식업 등이 신고된 가격보다 과도한 요금을 받을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지만 건전한 영업질서를 위한 지도활동은 구청의 역할"이라며 "관광객들은 당장의 필요성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라도 이용하겠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시 이미지가 나빠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광객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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