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통과하며 습한 공기 대량공급”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은 태풍도 우리나라 폭염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올해 여름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이 주변 대기 순환을 변화시키고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과 위치에 영향을 줘 우리나라 기온 변화로 이어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올여름 서태평양에서 20개가 넘는 태풍이 발생했지만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없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영향은 상륙에 따른 강풍이나 폭우 피해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태풍이 한반도에서 수백~수천㎞ 떨어져 있어도 주변 대기 흐름을 바꾸면 우리나라 날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KIOST의 설명이다.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는 지난 6월 하순 일본 부근을 잇따라 통과한 제7호 태풍 ‘메칼라’와 제8호 태풍 ‘히고스’가 동아시아 대기 순환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두 태풍은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대량으로 공급했다. 이 공기가 한반도 장마전선을 활성화하면서 강수량을 늘렸다. 동시에 여름철 한반도 무더위를 좌우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을 동쪽으로 밀어내 한반도 쪽으로 뻗어오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았다.
그러나 이후 태풍이 공급한 많은 수증기가 비로 바뀌는 과정이 다시 고기압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수증기가 응결해 폭우가 내리면서 상당한 양의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른바 ‘강수 가열 효과’가 나타났다. 이 열은 북태평양고기압을 다시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해양기후예측센터가 강수 가열 효과를 모형에 적용해 계산한 결과, 일본 부근 약 5.5㎞ 상공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졌고 고기압이 다시 한반도 방향으로 확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기온도 빠르게 뛰었다. 기상청 종관기상관측장비(ASOS) 60개 지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기온은 7월 1일 평년보다 1.3도 낮았지만 불과 6일 뒤인 7월 7일에는 평년보다 2.8도 높아졌다. 평년 대비 기온 편차가 6일 사이 4.1도나 상승한 셈이다. 김성훈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이번 사례만으로 올해 폭염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은 태풍도 장마전선과 북태평양고기압에 변화를 줘 우리나라 기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