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시달리는 지방 건설사들을 지원하고자 시행 중인 ‘안심환매 사업’의 신청 방식이 기존의 특정 기간 공모에서 수시 접수로 바뀐다. 정부는 업계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적어 건설사가 참여를 꺼리자 궁여지책으로 제도를 손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건설 현장.

12일 국토교통부는 지방의 주택 공급 여건 변화를 위해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안심환매 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50%에 매입해 건설사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설사는 이를 통해 대출 상환, 건설비 충당 등을 하게 된다. 자금난을 벗어날 수 있어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이후 건설사는 준공 후 1년 이내에 수분양자를 찾아 매입가에 금융비용을 붙여 HUG에 돌려주고 주택을 되사면 된다. 끝내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면 HUG가 소유권을 가진 뒤 공매 등을 통해 처분한다. 올해 3000가구를 비롯해 오는 2028년까지 1만 가구 매입이 목표다.

국토부는 지난 9월 15일 안심환매 사업 1차 모집 공고(1500가구·3600억 원)를 냈다. 마감 기간은 10월 2일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신청 기업은 많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마감일을 10월 17일, 10월 30일 등으로 두 차례 연장했다. 그럼에도 접수된 자금 신청 규모는 1644억 원에 그쳤다. 모집 목표의 45.7%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안심환매 사업이 정부의 구상과는 달리 시장의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의 참여가 부진한 것으로 풀이한다. 우선 HUG의 미분양 주택 매입 가격이 낮다는 점을 거론한다. 국토부는 가구당 2억4400만 원에 매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는 국제적인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환매조건부 매입이 이뤄졌던 2011년 평균 매입가인 2억5300만 원보다 낮다. 반면 전국의 평균 분양가는 2012년 3.3㎡당 840만 원에서 2025년 5월에는 1932만 원으로 뛰었다. 일부에서는 미분양 주택의 대부분은 교통, 교육 등 제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생기는 것인 만큼 정부의 이 같은 인위적인 대책은 애초부터 한계를 지녔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된 2차 모집에는 마감 기간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어 그동안 제기된 업계 제안 사항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한다. 세부적으로 공정률 기준(50% 이상)을 채우지 못한 사업장도 자금 지원 전까지 달성하는 조건으로 사업 신청 가능, 잔여 수입금 인정 범위 확대, 시공 순위 30위 내 건설사도 우선 지원 신청 허용 등이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앞으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지속해 수렴, 지방 주택 공급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안심환매 사업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올해 주택기금 2000억 원을 출자한 뒤 진행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특별 보증’을 통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시공 순위 100위 권 밖의 중소 건설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기존의 PF 대출 보증보다 시공자 평가 비중을 낮추고 사업성 평가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중소 업체들의 제2금융권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보증 대상 금융기관을 기존 은행권과 증권·보험·상호금융 외에 저축은행으로까지 확대했다. 심사 절차와 보증료율도 모두 유리하게 적용받도록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도 도입 2개월 만에 중소 건설사 사업장 5곳을 대상으로 6750억 원가량의 PF 특별 보증이 승인됐다. 현재는 사업장 2곳의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올해 전체 지원 규모는 8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