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금융위원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하는 자리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배석했다. 그는 금융 중심지 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이 위원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외국계 기업 유치를 위해 ‘금융특구’나 ‘디지털금융특구’를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윤 대통령에게 “글로벌 금융사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 금융·노동·외환 규제 완화,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과감한 규제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블록체인 진흥 주간’ 행사 모습. 국제신문 DB

이 같은 정부의 기조에 서울시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가 주도권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조만간 여의도에 외국인 전용 주거 공간 조성을 포함한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특구 추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서울연구원도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여의도 디지털금융특구’ 조성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의 구상이 비슷해 양측 간 상당한 물밑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병윤 위원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벤치마킹 모델로 든 것은 ‘두바이’다. 서울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두바이 모델’의 디지털금융특구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04년 두바이에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를 설치했다. 건물 한 채 자체를 특구로 설정하고 입주사에는 법인세 개인소득세 관세를 100% 면제했다. 특구로 지정된 지 18년 된 DIFC는 현재 금융 보험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 기업 4000여 개, 직원 3만여 명이 입주한 명실상부 중동 최대 금융 허브가 됐다.

그러나 서울시와 달리 부산시의 대응은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금융위 업무 보고 내용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보고가 된 것뿐이지, 아직 특구 지정 가이드라인이나 방향성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지털금융특구에 필요한 ‘디지털 인프라’를 선점하고도 부산시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시는 2019년 블록체인특구로 지정됐지만,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도 광역단체 차원에서 처음으로 시도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의 주된 논의에서 벗어나 있다. 금융위와 업계의 디지털자산 거래에 대한 논의는 ‘증권형 토큰(ST)’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부산시가 주요 거래 대상으로 꼽는 자산은 ST가 아니라 디지털상품이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시에 박형준 시장의 구상을 실현할 전문가가 없고, 어떤 것이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상품인지 개념도 모호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