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은 부산지역 기업이 ‘속도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며’ 법이 규정한 의무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전사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에 즈음해 지역 기업 63곳의 대응 현황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법 시행을 앞두고 진행했던 모니터링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ㆍ안전 위기에 대한 산재ㆍ재난 유가족 및 피해자, 종교ㆍ인권ㆍ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기업들은 안전 관리 전담 조직 구축에 앞장섰다. 법 시행 이전에는 대부분 관리자 1명이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담 부서 두고 인력과 예산을 확대한 사례가 많았다. 선박용 도료를 생산하는 화학업체 A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직원 8명이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기자재업체 B사도 “보건안전환경팀(HSE)을 신설하고 전담 인력 2명을 신규 고용해 사업장 전반의 안전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 ‘ISO45001’을 취득하는 등 외부 인증을 통한 안전 관리 시스템 도입도 주요 대응책으로 확인됐다. 금속 가공업체 C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내용과 ISO45001의 유사성이 많아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운수업체 D사는 “지난해 6월 ISO45001을 취득했고 자율 안전 진단과 컨설팅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령의 모호성과 처벌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학업체 E사는 “안전 보건 관리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있는데도 사업주까지 처벌하는 것은 경영을 위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체 F사는 “위험한 공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명확하고 자세한 점검 요소를 제시한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의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대응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근로자의 비협조를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금속 가공업체 G사는 “안전 규칙 준수 여부를 계속 확인해야 하지만, 협조하지 않는 근로자가 일부 있다”고 했다. 건설업체 H사도 “기업의 과도한 책임과 의무에 대한 부담을 악의적 민원으로 활용하는 근로자도 일부 있는 만큼 근로자의 준수 의무 규정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지역 기업이 안전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제반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법 개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사업주 부담을 경감시키고, 안전 설비를 갖추려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