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 법안은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단독으로 의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 간에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개정안은 지금의 시행령 및 고시에서 규정하고 있는 미곡의 시장격리 요건을 법률로 상향시키는 한편 시장격리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농업협동조합 등에게 해당 연도의 초과생산량을 수확기에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곡의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벼와 타작물 재배면적 관리 및 시책을 수립·추진하도록 했다. 논에 재배하는 타작물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쌀이 과잉 생산됐을 때 의무적으로 격리(정부 매입)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농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2000년 이후 쌀 생산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커지는 상황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 정부 매입이 의무화되면 쌀을 많이 심으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돼 공급이 넘쳐나는 결과를 초래될 수 있다는 논리다.

진보당과 전국농민총연맹 회원들이 지난 8월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쌀 값 폭락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신문DB

농식품부는 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쌀 37만 t 매입에 7800억 원이 투입된 사실을 고려하면 격리량 증가에 따라 재정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쌀 관련 예산 2조3000억 원을 편성해 놓고 있다. 시장격리 예산이 증가하면 청년농 육성이나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설립 등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각종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서는 쌀 소비가 감소하는 만큼 벼를 덜 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며 “정부의 매입 의무화는 이를 역행하는 측면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25일 전체회의에 상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