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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6> 행정에 휘둘리는 과학

행정직이 만든 정책에 갇힌 연구직 … 명태 부활 실험도 실패

  •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2-09-13 19:05:4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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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장 대다수 퇴직공무원
- 5·7급 연구직에겐 ‘그림의 떡’
- 상관이 수산정책 방향 결정하면
- 합리화 위한 하향식 연구 그쳐

- 바다숲 조성, 명태살리기 사업
- 일률적 잣대 들이대 성과 부실

- 국책연구소 행정 간섭 벗어나
- 과학연구 독립성 보장돼야 발전

10년 전쯤 친하게 지내던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을 초청해 학부생을 대상으로 수산정책과 취업에 관한 세미나를 연 적이 있다. 친밀감에서 그랬는지는 모르나 “너희들 선생이 기후변화 때문에 명태가 사라졌다고 하는데 모두 사기다”고 인사말을 하고 발표를 시작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수산 분야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으니 수산생물에 관한 한 일개 지방대학 교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라 짐작했다. 그는 동해안 어민이 노가리를 많이 잡아서 명태가 사라졌다는 풍문을 찰떡같이 믿고 있었다.

미국에서 오랜 유학 생활 끝에 학위를 마치고 20년 넘게 수산 분야 연구만 한 나도 이 정도로 대하는데 지방에만 있는 수산 관련 대학 학과를 나와 학위를 받은 대다수 연구직 공무원을 얼마나 무시할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연구자를 막 대하는 일부 중앙부처 공무원의 태도는 지금도 그대로다.
1989년 1월 강원 고성군 명태 덕장에서 어민이 명태를 말리고 있다. 이때만 해도 명태는 동해에서 흔히 잡혔다. 국제신문 DB
■퇴직공무원 임시정류장 원장 자리

연구직 공무원은 일반직 공무원에 속하지만 7급에 상당하는 연구사와 5급에 상당하는 연구관 두 직급만 있다. 나이 40 가까이 되어 박사학위를 받고 뒤늦게 연구사가 되어 20대 후반 갓 행정고시 합격한 5급 사무관 지시를 듣고, 과장이나 국장 발표 자료를 만들어주고, 가끔 원장이나 장관 기고문이나 연설문도 써주는 게 현실이다. 물론 연구직 공무원도 3급 상당 소장이나 1급 원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에는 15년 넘게 행정 공무원이 원장을 하고 있고, 몇몇 산하 연구소 소장도 마찬가지다. 중앙부처에서 퇴직하는 공무원은 많은데 옛날처럼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가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곧 해양 관련 연구기관의 원장 자리도 퇴직 공무원이 갈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상명하복 하향식 맞춤형 연구

문제는 이렇게 낙하산으로 간 퇴직 행정 공무원이 정무직으로 승진하기 위해 뭔가 눈에 띄는 단기 성과를 내려고 연구자를 들볶는 경우가 있어 지금은 연구자들 사기가 바닥이라는 점이다. 이런데 어떻게 우수 연구자가 오려고 하겠는가? 행정이야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상명하복에 일사불란함이 특징이지만 과학은 다양성과 논쟁, 토론,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한 장기적 발전이 목적이다. 행정직 공무원이 수산 정책 방향을 먼저 결정하면 연구직 공무원은 그것을 합리화해주는 맞춤형 하향식(top-down) 연구를 한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과학자가 내놓은 연구 결과를 취합해 행정 공무원이 정책을 만드는 상향식(bottom-up)과 정반대다.

■실패로 끝난 바다숲과 명태 살리기

동해 명태를 찾으면 사례금 50만 원을 준다는 해양수산부 광고.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군대처럼 하향식으로 수산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다숲 조성사업과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다. 동서남해와 제주 바다에 자라는 해조류는 그 종류도 다르고 사라진 원인도 환경도 저마다 각각일 텐데 수천억 원 예산을 들여 전국 바다에 감태를 붙인 똑같은 인공어초를 일괄적으로 던져 넣고 본다. 전국에 똑같은 규격 도로 안내판을 설치하는 행정 진행방식 그대로이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예산만 낭비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오류는 있을 수 없다는 배짱으로 사업은 계속 굴러가고 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도 앞서 말한 고위 공무원이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가지자 사업이 커지고 그 공은 더 높은 자리에 있었던 당시 국립수산과학원장에게 넘어갔다. 원장 지시로 연구직 공무원은 밤을 새워가며 명태알을 부화시켜 치어로 키우는 실험을 계속해 명태 완전 양식에 일단 성공하긴 했다. 우리 바다에 명태를 돌아오게 하고 2018년까지 연간 5만t에 이르는 양식산 명태를 공급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우리 밥상에는 여전히 러시아산 명태가 올라오고 있고, 2020년 국회에서는 명태 양식을 ‘대국민 사기’로 결론 내렸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명태 서식지가 북상했기 때문에 명태 방류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10년 전부터 이야기했지만 바뀐 것이라고는 최근에야 해양수산부에서도 기후변화 영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오류는 인정하지 않고 노가리 타령은 오늘도 계속 들린다.

■연구 활동 독립 보장해줘야

이렇게 과학이 행정에 휘둘려 수산 분야에서 국가 예산과 고급 두뇌 인력이 낭비되고 ‘카더라’류 풍문에 기반한 잘못된 수산 정책과 규제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연구직 공무원이 원장이 된다고 해결될 수는 없다. 국책 연구소가 행정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국립수산과학원을 지도사와 연구 조직으로 크게 나눠 연구 조직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로 옮기거나 민영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도 원래대로 과학기술부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해양수산부는 이 두 연구기관 성과물 수요자로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구개발 예산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과학이 제자리를 찾아야 수산 강국으로 갈 수 있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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