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입법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전기차가 제외되자 한미간 무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사태 악화를 우려한 우리 정부가 해결에 나서다.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한미 정부간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서명해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을 사용한 전기차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매년 10만여 대의 전기차 수출이 차질을 받을 것으로 자동차산업협회는 추산한다.

이에 미국을 방문한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등 정부 실무대표단은 미국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관계자와 만나 협의 채널 구축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실무대표단은 의회 인사들과도 접촉할 예정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음 달 8, 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기 전 6, 7일 워싱턴DC를 방문한다. 우리 정부의 우려를 담은 공식 서한이 미국 정부에 이미 전달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2차관도 방미 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방한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우려 해소를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이 예정된 유엔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한국 전기차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최근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 주지사를 접견하고 우려를 전달했다.

제네시스 G80 전기차. 연합뉴스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지급 대상 제외가 미국 의회 입법사항인데다가 미국에서 오는 11월 중간 선거가 예정돼 차별해소를 관철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 개정 외에는 다른 해결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9월 재가동하는 미 상하원을 상대로 차별 해소 조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맞물리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을 짓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2025년까지 전기차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 시점까지만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법 적용이 유예될 경우 법 시행에 따른 타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미국 내 반도체 지원법 도입도 우리에게는 악재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지원 받은 업체의 대중국 시설 투자를 제한하 규정이 담겼다. 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첨단 설비 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협의를 하면서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우려 사항도 같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