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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3> 기후변화 적응에 역행하는 수산정책

‘밥상 생선’ 바뀌는데…바다에 없는 어종만 잡으라는 규제

  •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2-08-02 20:05:04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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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로 연근해 어종 교체
- 국민생선 명태→오징어 대체
- 남해선 국민안주 말쥐치 실종
- 대형기선저인망선 동해로 이동
- 오징어잡이 나섰지만 불법 규정

- 특정어종 줄면 늘 ‘남획’ 지목
- 총허용어획량만 무작정 통제

기후변화로 우리 아침 밥상에 오르는 생선 종류가 바뀌고, 어종들 서식지와 주 조업 시기도 바뀌고 있으나 경직되고 낡은 어업 규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명태가 국민 생선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고등어와 오징어다. 1980년대 전국 맥줏집 안주로 등장했던 쥐포 원료인 말쥐치는 지금은 거의 안 잡혀 모두 동남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조선 시대부터 봄여름 서해 연안에 산란하러 온 어미가 많이 잡혀 파시가 열렸던 참조기는 지금은 주로 깊은 황해 한중 경계 수역에 월동하러 온 비교적 크기가 작고 어린 개체를 겨울에 잡고 있다. 한동안 안 잡혀서 꽁치에게 그 자리를 뺏겼던 과메기 원조 청어는 지금 너무 많이 잡혀서 탈이다. 몇십 년 동안 안 잡혔던 대구가 다시 돌아와 싼값에 전국에서 팔리고 있지만 지금 주부들은 할머니 세대로부터 그 요리법을 전수받지 못했다.
부산 남구 오륙도 너머로 오징어 어선들이 집어등을 밝힌 채 야간 조업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아열대와 냉수 어종 경계수역

왜 이처럼 기후변화로 우리 아침 밥상 생선이 크게 바뀌고 있을까? 한반도에 비무장 지대 38선이 있듯이, 우리 바다는 아열대와 냉수성 어종이 서로 첨예하게 만나는 경계 수역이다.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대부분 어종은 태평양 규모에서 수천 ㎞까지 회유하는 어종이다. 이중 정어리 말쥐치 참조기 갈치와 같은 아열대 회유성 어종은 그 서식지 분포를 보면 우리 바다는 그 북동 끝자락에 있어 북방한계이며, 명태 대구 청어 도루묵과 같은 냉수성 어종은 남서 변방에 있어 남방한계이다. 또 우리 바다가 서식지 한계가 아닌 중간 수역인 경우도 있는데, 오징어 멸치 고등어 전갱이가 대표적이다. 남방이나 북방한계 어종은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조금만 남쪽이나 북쪽으로 이동해도 우리 바다에서는 씨가 말라버린 것 같지만 더 남쪽 또는 북쪽으로 가면 여전히 잘 잡히고 있다. 반면 오징어와 같은 중간 어종은 그 어획고 변동 폭이 그렇게 크지 않다. 기후변화로 명태는 돌아오고 있지 않지만 오징어 고등어 멸치는 등락은 있어도 꾸준히 잡히고 있다.

연근해 유자망 어선의 어민들이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갓 잡아온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 DB
우리 바다 어획 어종 구성에 큰 변화를 가져온 최근 기후변화는 1988·89년 북태평양 전체 해양생태계서 일어난 기후 체제 변동이다. 이후 우리 바다 표층은 동·서·남해를 가리지 않고 수온이 상승해 정어리가 사라진 대신 오징어가 우점종이 되었다. 그러나 100m보다 더 깊은 저층 수온을 보면 동해 북한 연안 저층 수온은 올라갔으나, 동해 남쪽에서는 오히려 저층 수온이 내려가 1990년 이후 아열대 어종인 말쥐치 서식처가 동중국해 쪽으로 수축해버린 대신 냉수성 어종인 대구와 청어가 서서히 많이 잡혔다. 남해에서 말쥐치가 갑자기 안 잡히자 부산 대형기선저인망 어선들이 조업 구역을 동해로 옮기고 대상 어종을 오징어로 바꾼 것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으나,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수산업법에서 보면 불법조업이다.

■유명무실 TAC

명태 대신 동해의 주요 어종이 된 오징어.
일부 수산 연구자나 해양수산부는 이렇게 기후변화로 한 어종 어획고가 줄어들면 일단 어민들 남획을 지목했다. 원인 진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그 대책도 감척사업,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금지체장과 같은 규제로 일관했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최근에 어업관리정책을 TAC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이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어업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기후변화로 잠재 생산량이 크게 변동하는 어종에 대해 적정 어획량을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고, 이를 토대로 할당량을 정해 TAC를 적용하는 것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어민들 반발을 가져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해양수산부가 TAC를 함부로 남용한 대표적인 보기가 60년 주기로 갑자기 찾아와 어획고가 폭발하는 정어리이다. 한때 연간 약 20만t까지 잡혔던 정어리 자원을 보호한다고 해양수산부에서 1999년 TAC 대상 어종으로 포함하자마자 다음 해부터 어획고가 크게 줄어들다가 2005년 이후로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아 TAC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어버렸다.

미국 동부 체사피크만에서는 대서양 꽃게에 TAC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조사 연구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TAC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연간 어획사망률(전체 개체군 중 어획으로 죽은 비율)이 12년째 기준치인 25.5%를 밑돌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어획사망률도 추정하지 못하면서 꽃게도 덜컹 TAC에 포함시켰다. 최근에 멸치도 TAC에 포함할 것이라고 하는데, 어획사망률이 얼마인지 추정을 못하거나 공개를 안 하고 있다. 제주대 수산학 실험실에서 추산한 우리 바다 멸치 어획사망률은 연간 0.2%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적인 어획사망률도 추정하지 않으면서, 더구나 중·일·러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여 조금밖에 잡고 있지 못하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회유성 어종을 대상으로 홀로 하는 TAC는 전시용 행정 정량실적 늘리기 외에는 그 목적을 찾기 힘들다. 목적을 잃어버린 낡은 어업규제를 속히 없애야 수산강국으로 갈 수 있다.


# 동경 128도 ‘오징어 게임’…업종간 이해충돌로 일제잔재 규제 여전히 효력

수산업법을 보면 대형트롤어업과 대형쌍끌이어업은 경남 남해군이 위치한 동경 128도를 기준으로 그 동쪽 수역인 남해 동부와 동해에서 조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965년 체결된 한일어업협정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 조항은 20세기 초 일본 연안 어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시행한 어업규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1908년 일본 규슈를 중심으로 터빈을 갖춘 강선(鋼船) 트롤 어선을 도입해서 시험조업을 시작하고 곧 트롤선 2척이 끄는 쌍끌이 조업을 시작하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저예망어업(底曳網漁業)이라고 한다. 일본 트롤선은 1910·11년에 새 어장을 계속 개척하면서 그 크기가 200~250t으로 늘어났다. 남획, 어장 파괴와 같은 피해가 속출하고 영세한 기존 연안 어업과 점점 더 충돌하게 되자, 일본 정부에서는 1912년 트롤어업에 기업허가제를, 1924년에는 ‘기선저예망 어업 단속규칙’을 적용해 동경 130도를 기준으로 대형동력 어선은 그 서쪽 동중국해와 황해에서만 조업하게 하여, 그 동쪽 일본 연안 어업을 보호하려고 했다.

일본과는 반대로 한국 연안은 서쪽에 있기 때문에 연안어업을 보호하려면 이서(以西) 수역 트롤조업 금지가 맞는데도 이 거꾸로 된 일제 잔재 동경 128도 이동(以東)수역 조업 금지구역을 100년이 지난 지금도 오징어를 둘러싼 지역 간, 업종 간 이해 충돌로 한 치도 못 바꾸고 있다.

동경 128도선을 철폐하면 동해 연안어업에서는 혹시라도 그동안 잡아 왔던 오징어 어획고가 줄어들까 염려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 다른 업종들이 덜 잡을수록 우리 업종만은 오징어를 더 비싸게 팔 수 있게 되어 좋다면서 하나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는 ‘오징어 게임’이 지금 동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동경 128도 규제를 철폐하는 대가로 동해 연안 어업인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해양수산부가 중재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분쟁은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근해자망어업도 동경128도 이동 조업을 금지해 분쟁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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