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시간당 1만 원’은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일단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5.0%) 높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01만580원이다.

●민주노총 불참 속 표결 처리

내년도 최저임금은 표결을 거쳐 결정됐다. 노사 양측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3회에 걸쳐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9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을 제안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공익위원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4명은 9620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한국노총 소속 5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했다. 이들은 기권 처리됐다. 결국 재적 인원 27명 가운데 민주노총 근로자위원을 제외한 2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결과는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5.1%)보다 약간 낮았다. 최근 5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인상률 16.4%)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9%) ▷지난해 8720원(1.5%) ▷올해 9160원(5.1%)이다.

●8년 만에 법정 심의 기한 준수…노사 모두 반발

올해는 2014년에 이어 8년 만에 법정 심의 기한(6월 29일)을 지켰다. 최저임금제가 1988년부터 시행된 이래 총 36차례의 심의가 이루어졌는데 법정 기한을 지킨 것은 9번에 불과하다.

노사 양측은 결과에 반발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5%는 실제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으로, 결국 임금 인상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인의 지불 능력인데 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며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이 5%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계 요구안에 크게 못미치면서 노동계 ‘하투’가 더 거세지고 정부와 대립각도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음 달 2일 예정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률 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면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지난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에 앉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