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개미들이 아우성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연말 2977.65에서 지난 17일 2440.93으로 18.02% 떨어졌다. 코스닥은 1033.98에서 798.69로 22.76%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22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스피 저점 어디냐” 패닉셀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7일 장중 2400선까지 붕괴했다. 13∼17일 한 주간 코스피 하락률은 -5.97%에 달한다. 코스닥은 한 주간 -8.18%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자이언츠 스텝을 단행하자 급락한 것이다.

대형주도 속수무책이다. 연초와 비교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282조2000억 원과 92조1000억 원이 감소해 합산 시총 374조3000억 원이 증발했다.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연내 시가총액이 110조 원 감소하며 ‘5만 전자’로 주저 앉았다. 네이버(-37.25%)와 카카오(-35.82%)의 하락 폭도 컸다. LG에너지솔루션(-28.73%) SK하이닉스(-26.41%) 현대차(-18.66%) 삼성SDI(-15.11%) 기아(-7.42%)도 내림세에 접어들었다.

상상인증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삼성전자가 5만 원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7만7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내렸다. 하나금융투자는 네이버 목표주가를 45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하향했다.

전문가들은 잠깐의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는 있어도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의 타격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양적 긴축으로 바뀌면서 달러 가치가 급상승해 증시가 더욱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세운 사상 최고치(3305) 대비 30% 조정을 받은 220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지수 하단이 낮아지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 2400대가 깨지면 다음 지지선은 2280 정도로 본다”고 내다봤다.

● 외국인 빠져 나간 자리 개인이 메워

증시 급락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다. 최근 2년 넘게 국내 증시에서 69조 원가량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2020년부터 지난 17일까지 2년 5개월여간 68조9006억 원을 순매도했다. Fed가 금리를 추가로 대폭 인상할 경우 외국인 이탈세는 더 커질 수 있다.

외국인 매도물량을 사들인 동학 개미들은 속이 타 들어 가고 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 담보 비율을 채우지 못해 강제 청산 당하는 반대매매 규모도 하루 3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지난 17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 금액은 27조1000억원에 이른다.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다. 개인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14조4184억 원과 1조435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금액의 58.5%가량이 삼성전자에 쏠린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2조1502억 원과 1조8038억 원 순매수했다. 개인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6만7900원이다.

증시 급락에 반대매매 규모도 급증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의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5일 반대매매 규모는 315억6000만 원으로 지난해 10월 7일(344억2000만 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많았다.

반대매매가 많아지면 주식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자체 하방 압력이 커진다.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 시 이른바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하면서 낙폭을 키울 수도 있다.

● 서학개미들도 손실 커질 가능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총 16조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1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매수 결제액에서 매도 결제액을 뺀 값)은 120억8700만달러(약 15조6500억원)로 집계됐다. 종목별로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23억800만달러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저가 매수에 나섰다가 큰 폭의 손실만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는 1056.78달러에서 693.30달러로 34.4% 추락했다. 엔비디아(-46.96%)와 애플(-26.76%)도 폭락하긴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