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동물이 출연하는 드라마 촬영장에는 수의사 등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 등장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근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말이 강제로 쓰러졌다가 죽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동물학대 논란에 따라 추진됐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영상 관련 업계와 동물 분야 등 각계 전문가들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출연동물 보호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또 방송사나 영상물 제작사 등에 지침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침에는 동물 촬영과 관련된 기본 원칙, 준수사항, 동물의 종류별 유의사항 등이 담긴다. 기본 원칙은 ‘살아있는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한편 소품으로 여겨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한다’다. 또 위험한 장면의 기획·촬영 때는 동물에 대한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검토 및 안전조치를 강구하도록 한다. 아울러 동물 보호자나 훈련사, 수의사 등의 현장배치도 명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 특성에 맞는 쉼터 마련, 휴식시간 및 먹이 제공 등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법에 따른 학대 행위의 범위에 출연동물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고 동물 대여 때 지켜야 할 사항 등도 관계 법령에 명시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원일 농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은 “동물보호법이 있음에도 그동안 각종 영상매체에 출연하는 동물의 보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다”며 “촬영 현장에서 동물보호·복지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 공감대 조성과 제도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21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한 뒤 사고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