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어 ‘어촌 소멸’ 주장이 점차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갈수록 어가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인구 신규 유입은 답보 상태여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조만간 어촌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9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국내 어촌은 74개 시·군·구에 분포되어 있다. 이 곳에 거주하는 어가 인구는 2005년 22만1000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그 숫자가 줄면서 지난 2019년에는 11만4000명 선으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9만8000명 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어가 인구가 10만 명 이하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에 비해 어촌으로의 신규 유입은 어가 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귀어가는 897가구였으며 귀어인은 967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어촌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어가 인구의 연령대는 60대가 30.3%, 70세 이상은 22.5%였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정주 여건 등을 어가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풀이했다. 이와 함께 공동체의 폐쇄성을 인구 신규 유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어촌의 위기에 대해 해수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은 것은 아니다. 해수부는 지난 달 ‘어촌 소멸 방지 및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어업·양식업 면허제도 개선을 통한 신규 인구 진입장벽 완화, 민간자본 유치로 일자리 창출, 주거 환경 개선, 기반시설 확충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질 향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외에 해수부는 수산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산공익직불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 ‘어촌뉴딜300’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이런 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어가 인구 10만 명 수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해수부의 이 같은 방침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 이유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어촌 회생 대책이 나왔으나 가시적인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거론한다. 예산 문제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올해 해수부 예산은 6조1628억 원으로 지난 2013년 재출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16조1324억 원의 38% 불과하다. 한정된 예산 탓에 어촌 회생에까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어촌의 활력을 회복하고 연안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