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어업 생산량 3분의 1 담당
- 국제 규제 등으로 어려움 직면
- 근로조건·임금 구조 개선 약속
- 원양역사관 반드시 건립할 것

한국 원양어업의 역사는 1957년 6월 29일 지남호가 부산항 1부두에서 인도양으로 참치 시험조업을 위해 출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원양어업은 파독광부나 간호사 이상으로 외화획득을 하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초석을 쌓았지만 지금은 정부의 무관심과 국제적인 규제강화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내 원양어업의 태동지이자 전진 기지인 부산에서 1985년 설립된 전국원양산업노동조합(전신 전국원양수산노동조합)은 원양어선원의 노동환경 개선 및 권익 증진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제2의 원양어업 전성기를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진동 신임 원양노조위원장. 원양노조 제공

최근 원양노조 제16대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진동(63) 신임 위원장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원양어선에 승선한 뒤 1989년부터 노조일을 했다. 제가 배를 탈 때는 어로계약서(근로계약서)가 선사와 선장 간에만 체결됐고 선원들은 계약서도 없었다. 노조에 와서 첫 번째로 개선하겠다고 다짐했고 관철시켰다. 초심을 잃지 않고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복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8일 밝혔다.

그는 임기 동안 3가지 사항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근로시간 및 임금구조 개선이다. 박 위원장은 “어선원은 노동시간에 대한 별도 규정 없이 1일 평균 15~16시간 일하는데도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한다. 법 개정을 통해 선원들의 노동시간을 국제 기준에 맞게 규정하고 육상근로와 대비해 시간외 근로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선원과 어선원 간 차별조항 개선도 핵심 공약이다. 그는 “유급휴가의 경우 상선원은 월 6일, 연간 72일 받고 있지만, 어선원은 별도의 특례 규정을 통해 1년 이상 승선해야 연간 20일의 유급휴가가 가능하다.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양역사관 건립’에도 사활을 걸 예정이다. “원양어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파독광부나 간호사보다 외화벌이가 최대 7배 이상이었음에도 부각되지 못했다”고 말한 그는 “원양어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관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연안국들의 항만 봉쇄와 비행노선 제한으로 어려워진 국내외 선원의 교대업무도 시정해야 한다. 장기조업을 마친 원양어선 대다수는 조업수역에 남고 선원들은 냉동운반선 등에 편승해 입항, 교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선원들의 입항 요건이 특히 까다로워지면서 국내 입항이 제한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외국인 선원들은 계약기간을 마치고도 망망대해에 떠 있을 때가 많다. 본선이 아닌 이상 공해 상에서 조업 선박으로 옮겨 타지 못해 선원 교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정부의 융통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끝으로 박 위원장은 “원양어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국내 어업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며 “제2의 전성기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과감한 정책과 지원은 물론 선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