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농·어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에 입국하는 즉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숙소가 부실하다면 입국 당시 배정됐던 사업장을 옮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는 2일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 근로 여건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2월 외국인 근로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것을 계기로 열악한 근로여건을 고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정부는 우선 외국인 근로자의 의료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이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즉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법상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농·어촌의 경우에는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입국 이후 6개월이 지난 뒤 직장 가입자가 아닌 지역 가입자 자격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도록 되어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의료접근권이 6개 월간 제한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번 개선 방안에는 또 농어촌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 대상에 외국인을 포함시키는 한편 이들이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지원사업의 혜택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는 건강보험료의 최대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확대했다. 관련 법은 외국인 근로자가 계약 기간 중 대우가 더 좋은 곳으로 무단으로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최초 고용 허가 대상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 등이 발생하면 5년의 취업 활동 기간에 5회 이내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열악한 숙소 등은 변경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등이 숙소로 제공되거나 농한기 및 금어기에 권고 퇴사했을 때도 사업장 변경 사유에 포함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인해 사업장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거나 외국인 근로자가 3개월 이상 휴업이 필요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부상·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