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BPA)가 부산항 신항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신항 운영사 통합 정책이 국적 운영사와 향후 개장할 신규 부두 운영에 심각한 경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BPA와 신항 터미널 운영사 등에 따르면 BPA는 올해초부터 3단계에 걸쳐 신항 운영사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1단계로 싱가포르 PSA가 운영하는 1부두(운영사 PNIT)와 PSA·HMM이 50%씩의 지분을 갖고 운영하는 4부두(PSA-HPNT), 그리고 BPA 소유의 다목적 부두 등 3개 부두의 운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BPA는 두 운영사 통합 시 부두 임대료를 1년간 15% 감면하고, 다목적부두 운영권을 줄 예정이다. 두 운영사는 3대 해운동맹의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 유치를 위해 협상 중이다. 디 얼라이언스는 HMM의 해운동맹으로, 연간 20피트 기준 600만 개의 컨테이너 물량을 부산항에서 처리한다. 디 얼라이언스는 부두 선석이 6개로 가장 많은 2부두(PNC·대주주 외국계 DP월드)를 이용 중이다.

디 얼라이언스의 물량이 1, 4부두와 다목적부두 등으로 빠질 경우, PNC는 3부두에 기항하는 2M(머스크, MSC)의 물량을 전량 2부두로 유치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연간 500만TEU이상을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2M은 현재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이 운영하는 3부두와 1부두를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2M 측은 환적화물 부두간 이동(ITT)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는데 2부두를 온전히 쓸 수 있다는 호재를 만났다. 3대 해운동맹의 기존 계약이 3월 말 모두 끝나기 때문에 조만간 터미널과 해운동맹 간 새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같은 물동량 연쇄 이동이 현실화 되면 신항 내 5개 부두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자본만 참여한 국적 운영사인 HJNC가 글로벌 해운동맹과 계약을 못해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HJNC 관계자는 “전체 처리 물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2M이 2부두로 이탈한다면 연간 물동량이 295만TEU(2020년 기준)에서 171만TEU로 100만TEU 이상 줄어들고, 연간 15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해 문을 닫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항 운영사 통합의 대의에는 공감하나 이대로 진행된다면 글로벌 운영사만 해운동맹을 차지하게 되고, 국적 터미널은 경쟁 기회마저 뺏겨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운영사 통합을 서측 2-5단계 부두가 개장하는 2023년으로 연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PA는 2023년 2-5단계가 개장하면 바로 옆에 있는 HJNC와 통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HJNC는 모두 6개 선석을

확보하게 돼 외국계 운영사와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이 가능하다. HJN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지난 19일 해양수산부와 BPA에 전달하고, 운영사 통합 정책 연기를 요청했다.

BPA 관계자는 “운영사 통합은 2018년부터 진행돼 왔다. HJNC의 우려는 이해하나 부산항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운영사 통합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임은정 기자iej09@kookje.co.kr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항만공사 제공